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대규모 현물 · 선물 동반 매수에 힘입어 5일 만에 14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은 1조원 넘게 선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중순 이후 프로그램 매물이 계속 쏟아진 탓에 잠재 매물로 꼽히는 매수차익 잔액은 6조원으로 올 최저 수준이어서 11일 지수와 개별 주식의 선물 ·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내달 2분기 실적시즌 개막을 앞두고 큰 폭의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11일 프로그램 매물 부담 작아

10일 코스피지수는 43.04포인트(3.14%) 급등한 1414.88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주춤했던 외국인이 433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프로그램도 4091억원 순매수해 지난달 28일 이후 9일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 1조232억원이나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이 선물을 1조원 이상 사들인 것은 지난해 7월15일(1조504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외국인 덕분에 지수선물 6월물은 181.15로 마감해 5월21일(182.05)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선물 가격 강세로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로 갈아타는 차익거래가 활발히 일어나 프로그램 매수에도 힘이 실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란 전망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13%까지 상승했다는 소식 등이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11일 쿼드러플 위칭데이의 매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매수차익 잔액이 올 들어 최저 수준인 약 6조원으로 급감해 그만큼 잠재매물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만기일에 비해서도 1조3000억원 정도 감소한 규모다.

그동안 베이시스(선물 · 현물 간 가격차) 악화를 주도했던 외국인의 선물 매도 공세가 누그러진 점도 긍정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수 조정을 예상했던 외국인이 지난 9일 9000억원 이상 선물을 순매도했지만 예상 외로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이자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동시에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만기일에 3000억원 안팎의 프로그램 매물이 예상되지만 인덱스펀드의 주식 비중이 60%에 불과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만기일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 · 소형주보다 대형주 유망 전망

지난달 초 1400선으로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 넘게 지루하게 횡보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오전에 상승했다가 후반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전강후약' 현상이 뚜렷하다. 매수세가 약해져 추가 상승 동력이 떨어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내달 시작되는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기대 이상의 성과가 예상되는 종목과 자산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장중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코스닥보다는 유가증권시장에 주목하고 주가 움직임이 빠른 중소형주 대신 실적 호전주 중심의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의 우량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종목 중 17개사가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영업흑자가 기대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IT주로는 삼성SDI 삼성전기 한솔LCD 등이 1분기 영업적자에서 2분기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증권 외환은행 현대해상 등 금융주와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현대하이스코 등 금속주들도 흑자 전환 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다. 현대차 현대산업 금호석유 대한항공 미래에셋증권 롯데삼강 등 17개 종목은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10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반기 실물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경우에 대비,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우량 자회사 등 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유망 자산주를 이달 중에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990년대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자산주 바람이 불었으며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나면 하반기에 다시 자산주 강세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동양고속 화승인더스트리 한섬 무림페이퍼 삼정펄프 등을 주목할 자산주로 소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