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고용은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뒀으면…."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 ·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이 10일 국회에서 개최한 '노동부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전해진 산업 현장의 목소리다.

근로감독관들은 "사용자 측은 대체로 사용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면 숙련도 등을 고려해 지금보다 더 많은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직장에서 2년 정도 더 일하면서 정규직 전환 기회를 잡고 싶은데 비정규직법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제발 지금 회사에서 더 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근로자들의 의견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광주지방노동청이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151개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5397명의 고용 불안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 100명 중 96명은 사용기간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될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대로라면 비정규직법 시행(2007년 7월) 이후 신규 취업이나 계약 갱신한 비정규직 근로자 92만8100명(정부 추산) 중 약 90만명이 7월부터 매달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처럼 해고통지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지방노동청은 관내 6만8000개 사업장 중에서 근로자 수가 100명이 넘는 151개 업체 전부를 방문 또는 전화조사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5397명 중 2년 경과시 사용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의사가 있는 경우는 17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227명은 계약 해지,대체 근로자 채용,외주화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규직 전환 예상 비율이 3%에 불과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정규직 전환 통계 14.4%(한국개발연구원 조사)보다 훨씬 낮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여력이 있는 업체들은 이미 2년의 유예기간 중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이제는 한계선상에 몰린 업체들만 남아 정규직 전환 비율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2년 고용기간 제한은 그대로 놔두고 정규직 전환의무 조항의 시행 시점만 유예하는 쪽으로 당론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유예기간을 얼마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고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