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경의선 통근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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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이 개통된 때는 1906년이다. 용산에서 신의주까지 518.5㎞를 증기기관차가 석탄 · 목탄을 때서 얻은 동력으로 느릿느릿 달렸다. 터널로 들어가면 그을음이 객실까지 밀려왔고 열차에 오르기 전 짚신을 벗어드는 사람도 있던 시절이다.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분단된 1951년부터는 운행구간이서울~문산 46㎞로 짧아졌다. 얼마 후엔 증기기관차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기관차로 바뀌었다.
1980년에는 이용객이 연 1500만명을 넘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근래에는 500여만명으로 줄었다. 서울로 직장 ·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탔기 때문에 '통근열차'로 불렸다. 농산물을 팔러가는 아주머니들,휴가를 나오거나 귀대하는 군인들도 단골 승객이었다. 요즘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대를 빼고는 한산하지만 주말엔 '짧은 기차여행'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으로 꽉 찬다. 백마역 인근 카페촌은 아직도 데이트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열차는 달릴 때 덜컹거리면서 좀 시끄럽고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생김새 역시 미끈하게 빠진 고속열차와 달리 투박하다. 화장실에선 쪼그리고 앉아 '일'을 봐야 한다. 지금은 바닥이 막혀 있으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로를 향해 뚫려 있는 '개방형'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연을 간직한 경의선 통근열차가 이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의선 복선전철 서울 성산~문산 40.6㎞ 구간이 7월 1일 개통되면서 최신형 전철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문산~도라산역 구간은 '통근'이란 이름을 떼고 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자그마한 간이역사에서 검표원이 펀치로 표 검사를 하는 모습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백마 일산 운정 곡산 능곡 등의 기존 역사는 모두 헐렸고 대신 첨단 시설을 갖춘 새 건물들이 들어섰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 낭자했던 강매역은 아예 없어진다.
복선전철로 바뀌면서 배차간격이 현 30~60분에서 10~15분으로 당겨지고 운행시간도 1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성산에서 용산까지 8㎞ 구간은 2012년 말께 개통될 예정이다. 편리함에서는 과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아지는 셈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사람 냄새'가 물씬 나던 시절의 푸근한 풍경들이 훌쩍 우리곁을 떠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80년에는 이용객이 연 1500만명을 넘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근래에는 500여만명으로 줄었다. 서울로 직장 ·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탔기 때문에 '통근열차'로 불렸다. 농산물을 팔러가는 아주머니들,휴가를 나오거나 귀대하는 군인들도 단골 승객이었다. 요즘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대를 빼고는 한산하지만 주말엔 '짧은 기차여행'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으로 꽉 찬다. 백마역 인근 카페촌은 아직도 데이트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열차는 달릴 때 덜컹거리면서 좀 시끄럽고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생김새 역시 미끈하게 빠진 고속열차와 달리 투박하다. 화장실에선 쪼그리고 앉아 '일'을 봐야 한다. 지금은 바닥이 막혀 있으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로를 향해 뚫려 있는 '개방형'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연을 간직한 경의선 통근열차가 이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의선 복선전철 서울 성산~문산 40.6㎞ 구간이 7월 1일 개통되면서 최신형 전철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문산~도라산역 구간은 '통근'이란 이름을 떼고 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자그마한 간이역사에서 검표원이 펀치로 표 검사를 하는 모습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백마 일산 운정 곡산 능곡 등의 기존 역사는 모두 헐렸고 대신 첨단 시설을 갖춘 새 건물들이 들어섰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 낭자했던 강매역은 아예 없어진다.
복선전철로 바뀌면서 배차간격이 현 30~60분에서 10~15분으로 당겨지고 운행시간도 1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성산에서 용산까지 8㎞ 구간은 2012년 말께 개통될 예정이다. 편리함에서는 과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아지는 셈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사람 냄새'가 물씬 나던 시절의 푸근한 풍경들이 훌쩍 우리곁을 떠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