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 · 중 · 고교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제시하는 연간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수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학교장의 교원 인사권이 확대되고,현재 전국 282곳인 자율학교는 10배 가까운 2500곳으로 늘어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3단계 학교 자율화 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학교별로 교과과정 달라진다

3단계 자율화의 핵심은 획일화됐던 교육과정이 자율화돼 학교마다 특색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학년별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교과와 최소 수업시수를 국가가 정해 놓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20% 범위 내에서 조정할 경우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수업시간이 주당 1시간 늘어나고,음악 미술 등 예체능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예체능이 더 늘어나는 학교도 생길 수 있다.

교과재량 활동과 사회봉사,학생회 활동 등 특별활동의 구분도 없어져 학교에 따라 보충학습 위주의 교과재량 활동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또 '국어생활'등 일반선택과목에 비해 '작문국어''논술국어' 등 학생의 진학지도에 도움이 되는 심화선택과목을 더 개설할 수 있다.

교육과정 운영,교과서 사용,교장 임용 등에서 일반 학교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자율학교'는 현재 전체 초 · 중 · 고교의 2.5%(282곳) 수준에서 내년까지 20%(2500곳)로 늘리기로 했다. 자율학교는 수업시수를 최대 35%까지 증감 편성할 수 있으며 교원 정원의 50%까지 초빙교사를 임용할 수 있다.

◆교장의 권한과 책임 커진다

일부 학교로 제한돼 있는 학교장의 교사초빙권이 모든 학교로 확대되며,초빙 가능한 교사 수도 교원 정원의 10%에서 20%까지로 늘어난다. 또 학교의 행정직이나 기능직에 대한 교장의 인사권도 강화돼 행정직은 전입요청권이나 전보유예권을 학교장이 행사하게 되고 기능직은 시 · 도교육청과 협의해 학교장이 직접 뽑을 수도 있다.

농어촌 학교에 우수 교사를 배치하기 위해 근무예정 학교 또는 지역을 미리 정해 공개전형을 실시하는 지역 · 학교 단위 교원 임용제가 도입되고,특정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가들에게 교사자격증을 줘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반일 혹은 격일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제 기간제 교사'도 임용할 수 있게 된다.

학교 재정운용의 자율성도 높아진다.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별로 내려보내는 사업비 가운데 특정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한 목적사업비 비중이 현재 평균 47%에 달하지만 2010년까지 이 비중을 40% 이내로 제한하고 학교장이 예산편성의 자율성을 갖도록 했다. 또 최대 14호봉으로 제한된 기간제 교사의 호봉도 자율화해 능력있는 교사를 확보하도록 했다.

3단계 자율화 방안이 시행되면 국 · 영 · 수 등 입시과목 위주의 교육이 심화되고 교장이 강화된 인사권을 바탕으로 전횡을 일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희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에 대해 중간 · 최종 평가를 거쳐 입시위주 교육 등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되면 지정 취소 등 행정 ·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며 "학교장에 대한 평가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웅/김일규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