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대차거래 잔량이 급감하고 있어 수급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상증자 신주 물량 부담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주춤하던 주가가 재차 상승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1일 코스콤에 따르면 하이닉스 대차잔액은 지난 10일 3388만주로 전날보다 1418만주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 4월6일(3376만주)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일 하루에만 전일 대차잔량(4807만주)의 30%나 되는 물량이 한꺼번에 상환된 것이다. 최근 거래량을 감안할 때 장내 매수에다 일부는 유상증자 물량을 함께 상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것으로,거꾸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 빌린 주식을 상환하면서 대차잔량이 줄어들게 된다.

하이닉스 대차잔량은 이달부터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지난 3일 5267만주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감소 추세다. 반도체 업종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대차잔량도 10일 210만주로 전날보다 50만주 감소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주식 상환은 상당 부분 쇼트커버링(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한 재매수)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29일 유상증자 신주물량이 상장된 후 장내 소화과정을 거친 데다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둘러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올 3월 초 8000원대에서 지난달 초 1만5000원까지 급상승한 후 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350원(2.64%) 내린 1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주가 조정은 수급부담 뿐 아니라 반도체 가격 상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1기가비트(Gb) 667㎒의 6월 초 고정거래가격은 1.16달러로 5월 말보다 2.7% 오르는 데 그쳤다. 또 하반기 PC 수요가 생각보다 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대만 업체들의 가동률 상승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주가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업계 구조조정을 통한 D램 산업내 구조 변화는 한 두달 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며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태 연구위원도 "7월 P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6월 중순부터는 D램 가격이 재차 반등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주가도 상승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 영업적자를 시장전망치(2081억원)보다 낮은 1470억원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위원은 "2분기 말 고정거래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더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하이닉스 목표주가로 2만1000원을 제시했으며,메리츠증권과 대우증권은 각각 2만원과 1만8000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로 시장의 관심이 삼성전자 쪽으로 옮겨간 것은 부담으로 지적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