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뷰 식물원'] 양귀비가 나를 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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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 양귀비꽃 온 들판에…양귀비꽃으로 만든 쿠키 별미
옥잠화.붓꽃.패랭이도 '조연'
옥잠화.붓꽃.패랭이도 '조연'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양귀비꽃을 즐겨 그렸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아르장퇴유의 양귀비꽃'(Les Coquelicots:environs d'Argenteuil)은 뭉개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 아래 점점이 붉게 피어있는 양귀비꽃밭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양귀비 하면 마약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양귀비의 즙을 이용해 만든 아편은 중국 청나라 말기를 쑥대밭으로 만든 아편전쟁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편을 추출할 수 있는 양귀비는 전체 양귀비 종 가운데 극히 일부다. 나머지 종은 마약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가 없다.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포천 뷰 식물원'은 모네의 그림처럼 활짝 핀 양귀비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5000평에 달하는 넓은 땅에 핏방울처럼 붉게 돋아오르는 양귀비꽃이 장관이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양귀비들판이다. 여기에는 양귀비 중 붉은 꽃잎을 지닌 개양귀비(잉글랜드 포피)가 심어져 있다. 모네가 '아르장퇴유의 양귀비꽃'에서 담은 꽃도 이 개양귀비다. 이용석 식물원 운영팀장은 "양귀비는 발아가 잘되고 빨리 자라는 식물로,개양귀비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라며 "양귀비 70여종 중 마약을 추출할 수 있는 양귀비는 파파베르 솜니페름과 파파베르 세티게름 등 단 2종으로,나머지 양귀비는 관상용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식물원에 있는 양귀비를 아무리 훔쳐간다 해도 마약 한 방울,한 톨도 얻을 수 없으니 호기심에 괜한 수고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가끔 "약으로 쓸 수 있는 양귀비를 구할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양귀비는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지 않지만 1년생 양귀비 정도는 일반인들이 키워볼 만하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양귀비꽃이 화려해 보이는 이유는 꽃잎 때문이다. 개양귀비 꽃잎은 습자지처럼 얇아 너울너울하다. 이 꽃잎들이 모여 이루는 꽃송이는 가느다란 대 위에 얹혀 있어 더 커 보인다. 한송이 한송이도 화사하지만 이들이 모여 있으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년에는 5월 말에서 6월 초부터 양귀비들판에 개양귀비가 활짝 피어올랐지만,올해에는 그 시기가 늦어졌다. 이번 주말 꽃봉오리 대부분이 벌어지고 25일까지 들판을 채운 붉은 양귀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식물원 측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양귀비는 비가 세차게 오면 꽃잎이 쉽사리 떨어질 수 있어 꽃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양귀비들판에는 수레국화 등 야생화도 함께 있으며,양귀비들판 옆쪽 벌판에는 하얀 안개꽃과 섞여 핀 개양귀비꽃도 볼 수 있다. 양귀비는 양귀비들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오리엔털 양귀비나 아이슬란드 양귀비 등 다양한 양귀비가 식물원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개양귀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깔이 다른 양귀비부터 겹꽃처럼 핀 양귀비까지 다양한 양귀비가 식물원 여기저기에 한두송이씩 꽂혀 있으니 유심히 보며 돌아다니면 좋겠다. 양귀비꽃으로 만든 쿠키 같은 먹을거리에 도전해 봐도 괜찮을 듯하다.
요즘 이 식물원의 대표선수인 양귀비를 본 다음 식물원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재된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여주기 위해 잘 가꾼 식물원이라기보다는 자연 상태에 가깝게 조성한 식물원이라는 느낌을 준다. 뒤편 반음지에는 반쯤 그늘진 습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우리나라 자생화가 있고,습지를 조성해둔 곳에는 붓꽃과 옥잠화,노루오줌 등이 자리잡고 있다. 후룩스,톱풀가는잎금계국,패랭이,민트 종류 허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원도 편안하게 거닐기 좋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찾아가는 길
포천 뷰식물원(www.viewgarden.co.kr)은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47번 국도를 이용해 구리TG에서 일동 방면으로 달리다가 서파검문소(신팔)를 지나 화현교차로에서 우회전해 2㎞ 정도 지나면 오른편에 일동국군병원이 있다.
200m를 직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43번 국도를 타고 오려면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포천을 지나 만세교검문소에서 우회전해 10㎞ 정도 가면 신기산삼거리(기산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우회전해 3㎞가량 오면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배차간격 15분)를 타고 일동에서 내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일동에서 식물원으로 가는 버스 배차간격이 1~2시간으로 길다는 단점이 있다.
식물원 개장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이용 요금은 어른은 4000원,어린이는 3000원이다. 양귀비 축제 기간(28일까지)에는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을 내려받을 수 있다. 1688-5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