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르면 표정관리를 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울상을 짓는 기업도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업체는 유가 상승의 수혜주가 되고 원유 사용이 많은 회사는 수익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유가 강세를 반기는 업종

고유가가 반가운 대표적인 곳은 정유사들이다. 국내에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직접 원유를 캐고 있기 때문에 유가상승이 호재가 된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유가상승으로 실적향상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GS도 자회사인 GS칼텍스 덕에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정유사 외에 해외광산을 직접 개발하고 있는 종합상사들도 고유가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G상사는 지난해 유전과 광산 개발로 130억원의 경상이익을 거뒀고,올해는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추가로 원유를 생산해 자원개발 부문의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종합상사도 유망한 자원개발주로 평가받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도 고유가로 이익을 본다.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또 유가상승기에 석유화학 업체들은 싼 값에 미리 원료를 사놨다가 오른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 팔아 수익성을 향상시킨다. LG화학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업종도 유가상승을 반긴다. 김재범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 원유를 개발하는 자원개발주의 상승탄력은 줄어들지만 풍력주나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 관련주들은 더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부담스러운 업종

기름을 많이 쓰는 업종인 항공과 해운주에는 유가상승이 불청객이다.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는 여객화물 수요도 고유가라는 복병을 만나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동차업종 역시 유가강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름 값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덜 사려 하기 때문이다. 단 기름을 덜 먹는 중소형차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해외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가상승세는 국내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가 강세는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청신호이기도 하지만 우리기업들의 생산비용을 상승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설명이다. 또 물가 상승으로 소비를 줄여 경제 탄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80달러 사이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2006년과 2007년 상반기에 글로벌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80달러를 넘어가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지난해 상반기 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경기침체가 심화한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 80달러 돌파여부가 중요한 투자지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