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13억 붉은 대륙 '녹색아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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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는 골프 바람
지난 11일 베이징 시내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천하제일성 골프장.옛 베이징성 모습을 재현한 이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 앉아 식사하던 중년 남녀 8명 중 한 명이 퀴즈를 냈다. "앉아서 하는 것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것은 마작이다. 그럼 서서 하는 것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뭘까?" 여러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한 여자가 "골프!"라고 말하자 모두들 맞다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골프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급속한 경제 발전에 힘입어 중국의 골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만 하더라도 2006년 42개였던 골프장이 올 들어 50여개로 늘었다. 전국 골프장수는 350여개.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300만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 차오양 공원 인근 골프연습장 직원인 쩡톈귀씨는 "몇 년 전엔 이곳을 찾는 사람 중 80%가 외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이 중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골프 인구가 급증하는 현상을 두고 '녹색 아편의 습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프는 몇 년 전만 해도 13억 중국인들에게 낯선 운동이었다. 중국에 골프장이 처음 세워진 게 1984년으로 25년밖에 안됐다.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은 동네 공원에 탁구대나 배드민턴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았지만,골프는 운동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다.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많은 돈이 드는 골프는 그래서 특수 계층의 특별한 놀이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골프 수요는 급증 추세다. 최근 베이징에서 새로 분양된 디촨이나 홍화 등의 골프장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5~6년 전만 해도 회원권을 분양할 때 최대 타깃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사람만으로도 회원모집이 충분해 외국인을 굳이 애써 받을 이유가 없다. 중국인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외국사람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것을 꺼리는 클럽도 있다. 그만큼 중국인 사이에 골프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프에 대한 인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상하이재경대학은 2006년부터 학교 안에 500㎡의 연습장을 설치해 놓고 교양과목으로 학생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푸젠성 샤먼시의 샤먼대학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골프 전문학교도 생겼다.
푸단대학시각예술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크밸리골프학원 등과 합작으로 초 · 중 · 고생을 대상으로 한 골프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연간 10만위안(약 18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하지만,중국 최초의 골프전문학교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학생들에게 귀족운동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다. 그러나 "중국만이 왜 시대에 뒤처지며 골프를 벽안시하는가"(샤먼대학 총장)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급증하는 골프 인구로 골프장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베이징 인근의 골프장은 2003년 20개에서 현재는 50개가 조금 넘는다. 몇 년 새 크게 증가하던 골프장은 최근 신규 설립이 까다로워졌다. 정부가 골프장 건립을 억제한 탓이다. 그래서 그린 피가 지속적으로 상승,웬만한 골프장은 주말 비회원의 경우 1000위안(약 18만원)을 넘는다.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화빈골프장 등은 1600위안(29만원)을 받는다. 싼 맛에 중국으로 골프치러 간다던 말은 옛말이 됐다.
중국에서 골프는 아직 대중화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골프를 즐기는 월급쟁이를 뜻하는 주말 골퍼라는 말은 중국에선 아직 생각하기 힘들다. 골프를 친다는 것은 일종의 부자임을 과시하는 길이기도 하다. 베이징 차오양취 지우창 인근엔 언뜻보면 호텔처럼 보이는 나지막한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안에는 독립된 공간의 연습장이 늘어서 있다. 각 연습실은 샤워시설,소파,탁자가 갖춰져 있으며 천장 3곳에서 카메라로 스윙하는 모습을 찍어 컴퓨터로 분석해주기도 한다.
이곳의 VIP룸 1년 사용료는 무려 30만위안(5400만원).이곳과 연계된 골프장에서 1년간 회원 대우를 해주지만 웬만한 골프장의 연간 회원권값과 맞먹는다. 부자가 과시용으로 사거나 아니면 고위 관리들에게 상납하는 뇌물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장들이 대부분 별장을 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 골프장들은 고급 빌라를,외곽에 있는 곳은 별장을 함께 지어 분양한다.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으로 회원권 가격이 25만달러에 달하는 화빈 골프장은 승마장과 대규모 호텔을 함께 운영한다. 그래서 대부분 서민들은 골프회원권을 가진 사람은 최상류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의 골프장은 정확하게 말하면 대부분 불법으로 운영된다. 베이징 인근의 골프장 50여개 중 제대로된 허가를 받은 곳은 2~3곳밖에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어떤 골프장에선 영수증을 학원수강료로 끊어주기도 하고,어떤 곳에선 호텔 숙박비로 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골프장 회원권이 진짜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게 항상 논란이다. 중국 정부가 불법이니 원상복구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하루 아침에 없어질 수도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급속한 경제 발전에 힘입어 중국의 골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만 하더라도 2006년 42개였던 골프장이 올 들어 50여개로 늘었다. 전국 골프장수는 350여개.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300만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 차오양 공원 인근 골프연습장 직원인 쩡톈귀씨는 "몇 년 전엔 이곳을 찾는 사람 중 80%가 외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이 중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골프 인구가 급증하는 현상을 두고 '녹색 아편의 습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프는 몇 년 전만 해도 13억 중국인들에게 낯선 운동이었다. 중국에 골프장이 처음 세워진 게 1984년으로 25년밖에 안됐다.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은 동네 공원에 탁구대나 배드민턴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았지만,골프는 운동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다.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많은 돈이 드는 골프는 그래서 특수 계층의 특별한 놀이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골프 수요는 급증 추세다. 최근 베이징에서 새로 분양된 디촨이나 홍화 등의 골프장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5~6년 전만 해도 회원권을 분양할 때 최대 타깃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사람만으로도 회원모집이 충분해 외국인을 굳이 애써 받을 이유가 없다. 중국인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외국사람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것을 꺼리는 클럽도 있다. 그만큼 중국인 사이에 골프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프에 대한 인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상하이재경대학은 2006년부터 학교 안에 500㎡의 연습장을 설치해 놓고 교양과목으로 학생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푸젠성 샤먼시의 샤먼대학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골프 전문학교도 생겼다.
푸단대학시각예술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크밸리골프학원 등과 합작으로 초 · 중 · 고생을 대상으로 한 골프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연간 10만위안(약 18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하지만,중국 최초의 골프전문학교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학생들에게 귀족운동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다. 그러나 "중국만이 왜 시대에 뒤처지며 골프를 벽안시하는가"(샤먼대학 총장)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급증하는 골프 인구로 골프장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베이징 인근의 골프장은 2003년 20개에서 현재는 50개가 조금 넘는다. 몇 년 새 크게 증가하던 골프장은 최근 신규 설립이 까다로워졌다. 정부가 골프장 건립을 억제한 탓이다. 그래서 그린 피가 지속적으로 상승,웬만한 골프장은 주말 비회원의 경우 1000위안(약 18만원)을 넘는다.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화빈골프장 등은 1600위안(29만원)을 받는다. 싼 맛에 중국으로 골프치러 간다던 말은 옛말이 됐다.
중국에서 골프는 아직 대중화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골프를 즐기는 월급쟁이를 뜻하는 주말 골퍼라는 말은 중국에선 아직 생각하기 힘들다. 골프를 친다는 것은 일종의 부자임을 과시하는 길이기도 하다. 베이징 차오양취 지우창 인근엔 언뜻보면 호텔처럼 보이는 나지막한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안에는 독립된 공간의 연습장이 늘어서 있다. 각 연습실은 샤워시설,소파,탁자가 갖춰져 있으며 천장 3곳에서 카메라로 스윙하는 모습을 찍어 컴퓨터로 분석해주기도 한다.
이곳의 VIP룸 1년 사용료는 무려 30만위안(5400만원).이곳과 연계된 골프장에서 1년간 회원 대우를 해주지만 웬만한 골프장의 연간 회원권값과 맞먹는다. 부자가 과시용으로 사거나 아니면 고위 관리들에게 상납하는 뇌물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장들이 대부분 별장을 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 골프장들은 고급 빌라를,외곽에 있는 곳은 별장을 함께 지어 분양한다.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으로 회원권 가격이 25만달러에 달하는 화빈 골프장은 승마장과 대규모 호텔을 함께 운영한다. 그래서 대부분 서민들은 골프회원권을 가진 사람은 최상류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의 골프장은 정확하게 말하면 대부분 불법으로 운영된다. 베이징 인근의 골프장 50여개 중 제대로된 허가를 받은 곳은 2~3곳밖에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어떤 골프장에선 영수증을 학원수강료로 끊어주기도 하고,어떤 곳에선 호텔 숙박비로 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골프장 회원권이 진짜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게 항상 논란이다. 중국 정부가 불법이니 원상복구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하루 아침에 없어질 수도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