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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인터뷰] '왕초보 탈출' 영어강사 이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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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만 영어 배우나요…왕초보 성인들이 제학생이죠"

    "수험생만 영어배우는 거 아닙니다. 왕초보 일반인 너무 많아요. "

    지난 10일 저녁 8시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 2층.이곳에 있는 영어학원의 한 강의실에서 30여명이 수업 중이다. 면면을 보니 20대 여대생부터 30~40대 직장인과 주부까지 천차만별이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한 목소리로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래'는 뭐?" "Are you~?" "'~래'는 뭐?" "Are you~?" "'~먹을래'는 뭐?" "Are you eating~?" "'이거 먹을래'는 뭐?" "Are you eating this?"

    유치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독특한 수업 방식이 이 학원의 핵심 노하우다. 강사와 수강생 간에 문답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구문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된다. 1초 안에 전체 수강생이 한 목소리로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흐름이 끊어진다. 이는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럴 때면 부족한 부분을 강사가 다시 한 번 설명해 준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수강생에겐 매서운 질책도 불사한다.

    1시간 내내 이어진 수업에서 졸거나 딴청을 피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토익 900점을 맞아도 외국인만 만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됐던 이들도 이렇게 두 달만 하고 나면 영어 단어들이 덩어리로 뭉쳐져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고 한다.

    핸즈프리 마이크를 낀 채 노란 셔츠를 입은 강사의 앳된 얼굴로만 봐선 아직까지 교단보다는 책상 앞이 더 어울릴 듯한 모습이다. 올해 28세인 이시원씨는 단순한 월급쟁이 강사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곳 '시원스쿨'의 대표강사 겸 사장이다. 2005년 설립한 시원스쿨은 5년 만인 올해 연 매출 3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놀라운 것은 이 매출의 대부분이 고작 2개월 과정의 '왕초보 탈출 프로젝트' 하나로만 이뤄졌다는 것.수업이 끝난 9시쯤 이씨를 만났다.

    ▼수업 방식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영어는 사실 매우 쉽습니다. 3가지만 신경쓰면 됩니다. 바로 단어,연결,속도지요. 단어와 단어를 서로 연결하면 문장이 됩니다. 문장이 모이면 말이 되죠.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법을 익히고 이를 무한 반복함으로써 속도를 높이면 되는 겁니다. "

    ▼이런 학습법은 어디서 배운 건가요.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닙니다. 혼자서 체득한 것이지요. 중학교를 마치고 바로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사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못했어요. 반에서 40등을 했으니까요. 당연히 영어도 못했죠.캐나다에서 낯선 친구들이 영어로 '몇 학년이니?'라고 묻는데 그것조차 못 알아들었어요. 한국에선 공부는 못해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는데 갑자기 영어 때문에 외톨이가 된 거죠.친구들이랑 운동이라도 하려면 영어를 안 배우고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랭귀지스쿨에 다니며 혼자 열심히 연구해 터득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남들은 1~2년 걸린다는 과정을 3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죠."

    이씨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후 캐나다의 한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에선 이씨를 한국으로 발령냈으나 이씨는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았다.

    ▼회사는 왜 그만뒀나요.

    "제가 원래 어디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자유로운 생활을 선호하다보니 큰 조직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게 답답했어요. 술 접대가 필요한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에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고요. "

    ▼영어 강사는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처음에 아는 형이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대체요원으로 수업을 몇 번 해준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예 고정 강의를 맡을 만큼 인기를 끌었죠.이 때 강의료만 월 700만원씩 벌었어요. 이거 한 번 해볼 만하다 싶어서 아예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회사를 차리기 전 심사숙고를 위해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습니다. 두 달 동안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혼자 고민했죠.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게 e러닝 기반의 영어교육이었습니다. 제가 개발한 영어학습 노하우를 강의 형식으로 녹화해 인터넷에 올린 뒤 유료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창업할 수 있었지요.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아는 형네 집에서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거든요. 웹 마스터부터 전화 상담원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다했어요. 초기엔 돈이 없어 홍보도 인터넷 검색광고만 했습니다. "

    인터넷에서 '왕초보 탈출 프로젝트'의 효과가 좋더라는 입소문이 퍼지자 시원스쿨은 성장 일로를 탔다. 4년간 연 평균 매출 증가율이 무려 350%에 달했다. 직원도 점차 늘어나 현재 15명이 고객관리 등을 맡고 있다. 인터넷 등록 회원은 7만여 명.이 가운데 6000여 명이 유료 강의를 듣는다. 작년 10월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확대해 이씨는 매일 아침,저녁 수강생들을 직접 만난다.

    ▼지금까지 이런 강의가 왜 없었을까요.

    "우리나라만큼 전 국민이 영어 공부에 매달려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나라도 아마 없을 거에요. 그런데도 외국인과 마주치면 영어 한 마디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이 태반이죠.영어는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의 도구인데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줄세우기(성적)를 위한 도구로 변질돼 10년을 배워도 외국인 앞에서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이는 비단 공교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영어 학습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란한 말재주로만 쉽게 돈을 벌려는 영어 강사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요. 왕초보일수록 백지에서 시작해 기본을 튼튼히 다져줘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해요. "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많이 가르쳤다면서요.

    "농구스타 우지원 · 이상민씨와 영화계의 무술감독인 정두홍씨,탤런트 이보영씨,가수 장나라씨 등이 제 수업을 들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별히 1 대 1로 교습을 진행했지요. 짧게는 3개월,길게는 6개월 정도 했어요. 연예계 쪽에 소문이 나다보니 수강생 중에 방송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

    ▼스타들을 가르쳐보니 어떻던가요.

    "스타들은 주로 오전 시간대를 이용해 1시간 반가량 개인교습을 했어요. 제 수업 자체가 워낙 기초지식이 거의 필요없는 방식이라 레벨과 관계없이 가르쳤죠.이보영씨나 장나라씨처럼 어느 정도 프리 토킹(free talking)이 가능할 만큼 영어를 꽤 하는 분도 있었는데 개인교습의 효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들 하더군요. 영어를 아주 못했던 분들도 기초회화 정도는 무난히 하시죠."

    ▼그동안 회사를 꾸려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실 강의보다도 회사 운영이 더 힘들었어요. 특히 직원을 뽑아놓고 서로 코드가 맞지 않아 내보내야 할 때가 마음이 가장 아프더라고요. 제가 아직 어려서 생기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기업공개 계획도 있나요.

    "당분간은 없습니다.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회사가 커지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강의는 저 혼자서만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고객 관리나 행정,사무만 보거든요. 규모가 커지면서 업무도 크게 늘어나 지금 직원 수로도 일 처리가 벅찬 실정입니다. "

    ▼앞으로의 비전은 뭔가요.

    "현재 회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킬러 콘텐츠'는 2개월 과정의 '왕초보 탈출 프로젝트' 하나입니다. 물론 중급반 코스도 있지만 컨셉트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실 서비스를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한 번은 제 수업을 들었던 모 회사 대표님께도 이런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 말씀이 '우리나라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 왕초보 비중이 70%가 넘는데 벌써부터 무슨 고민이냐'는 거예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요.

    "사실 지금까지는 교재도 없이 강의를 진행해 왔습니다만,제 영어학습 노하우를 담은 책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과거 '성문종합영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이 영어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바이블처럼 자리잡았으면 하는 게 제 꿈인데,너무 큰가요? 하하."

    글=이호기/사진=양윤모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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