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대통령의 불행 끝내자"…4년 중임이냐·분권형 체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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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개헌론
4년중임으로‥5년 임기내 업적 이뤄야·조급증에 무리수 속출
권력분점으로‥現대통령 무소불위 권한·여야 '전부 아니면 全無' 게임
4년중임으로‥5년 임기내 업적 이뤄야·조급증에 무리수 속출
권력분점으로‥現대통령 무소불위 권한·여야 '전부 아니면 全無' 게임
헌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특강에서 "제헌절(7월7일) 때부터 본격적으로 개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며 '킥 오프'를 선언했다. 권력 집중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쪽은 '분권형 대통령제'에,짧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주목하는 쪽은 연임이 가능한 '4년 중임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치권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감대
모든 전직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것을 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형성되고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로 바꾼 이래 20여년 동안 전직 대통령 4명이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며 "이러한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대통령 직선과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1987년 체제'를 시대에 맞게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행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나 여권 내 영향력 있는 소수파인 친박근혜계도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는 마찬가지다.
◆4년 중임제 지지 여론 높아
현행 통치구조가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5년 단임제'가 가지는 한계와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대통령은 5년이라는 단 한 번뿐인 임기 안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모두 구현해야 한다. '조급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선 즉시 '레임덕(임기 만료를 앞둔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이 시작되는 문제점도 단임제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연임 허용으로 탈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 여론도 아직까진 '4년 중임제'쪽에 기울어 있다. 지난 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의 40.9%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대로 5년 단임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9.4%였다. 의원내각제는 13.4%,이원집정부제는 4.1%로 조사됐다.
◆권력 분점형으로 가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임 제한을 손질하는 게 개헌론의 본질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래 논의되고 있는 대통령 중임제는 이러한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결부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일단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권력 기관장을 포함해 수만명의 공무원을 임면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군 통수권 외교권 긴급명령과 계엄선포 권한은 물론이고 다른 대통령제 국가와는 다르게 법률을 제출하고 법관을 임명하는 등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형사상 소추도 받지 않는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뽑다보니 여야 각 정치세력 사이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지면 끝장'이라는 사생결단의 전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안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두 잃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을 분산시켜서 지더라도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선제를 유지해 놓고 '건설적 불신임제' 등 내각제 요소를 더 가미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주한 중국 · 러시아 · 독일대사관 고문변호사와 조선대,전남대 법과대학 교수를 지낸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독일식 건설적 불신임제도와 대통령 직선제를 결합하는 게 한국 상황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 의원이 말하는 독일식 건설적 불신임제도란 연방의회에서 후임 총리를 먼저 뽑아 확정되면 기존 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방식이다.
우 의원은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은 국군통수권,비상계엄령 등 외교,국방 권한만을 수행하고 내정에 관한 권한은 오직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에게 부여해 권력을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목적지'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형태다.
◆7월부터 '급물살 탈듯'
현재 개헌론은 국회의장실과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하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 대체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짓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자문연구위원회는 분과별 토론회와 해외시찰 등을 통해 개헌안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제헌절 이전에 자체안을 마련해 9월 구성되는 개헌특위에 이 안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
◆정치권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감대
모든 전직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것을 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형성되고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로 바꾼 이래 20여년 동안 전직 대통령 4명이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며 "이러한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대통령 직선과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1987년 체제'를 시대에 맞게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행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나 여권 내 영향력 있는 소수파인 친박근혜계도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는 마찬가지다.
◆4년 중임제 지지 여론 높아
현행 통치구조가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5년 단임제'가 가지는 한계와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대통령은 5년이라는 단 한 번뿐인 임기 안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모두 구현해야 한다. '조급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선 즉시 '레임덕(임기 만료를 앞둔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이 시작되는 문제점도 단임제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연임 허용으로 탈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 여론도 아직까진 '4년 중임제'쪽에 기울어 있다. 지난 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의 40.9%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대로 5년 단임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9.4%였다. 의원내각제는 13.4%,이원집정부제는 4.1%로 조사됐다.
◆권력 분점형으로 가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임 제한을 손질하는 게 개헌론의 본질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래 논의되고 있는 대통령 중임제는 이러한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결부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일단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권력 기관장을 포함해 수만명의 공무원을 임면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군 통수권 외교권 긴급명령과 계엄선포 권한은 물론이고 다른 대통령제 국가와는 다르게 법률을 제출하고 법관을 임명하는 등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형사상 소추도 받지 않는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뽑다보니 여야 각 정치세력 사이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지면 끝장'이라는 사생결단의 전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안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두 잃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을 분산시켜서 지더라도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선제를 유지해 놓고 '건설적 불신임제' 등 내각제 요소를 더 가미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주한 중국 · 러시아 · 독일대사관 고문변호사와 조선대,전남대 법과대학 교수를 지낸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독일식 건설적 불신임제도와 대통령 직선제를 결합하는 게 한국 상황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 의원이 말하는 독일식 건설적 불신임제도란 연방의회에서 후임 총리를 먼저 뽑아 확정되면 기존 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방식이다.
우 의원은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은 국군통수권,비상계엄령 등 외교,국방 권한만을 수행하고 내정에 관한 권한은 오직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에게 부여해 권력을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목적지'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형태다.
◆7월부터 '급물살 탈듯'
현재 개헌론은 국회의장실과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하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 대체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짓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자문연구위원회는 분과별 토론회와 해외시찰 등을 통해 개헌안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제헌절 이전에 자체안을 마련해 9월 구성되는 개헌특위에 이 안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