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무사비, 부정선거 주장..불복 의사

제10대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 재선 고지를 밟았다.

13일 이란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85%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가 62.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는 33.8%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고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이 뒤를 이었다.

아마디네자드는 고실업률, 인플레이션 등 집권기의 경제난으로 당선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보수 성향의 표가 결집되고 강세지역인 시골, 소도시에서 투표율이 높아 재선의 기쁨을 안게 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아마디네자의 승리가 진정한 축제와 다름없다며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반면 무사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의사를 밝혀 향후 상당한 선거 후유증이 예상된다.

개표 전까지만 해도 아마디네자드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무사비는 "(상대후보의)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난 뻔히 보이는 이런 수법에 굴복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에 상징색인 녹색을 사용, 테헤란에 '그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무사비는 투표 종료 직후 "자체조사 결과 65%의 지지로 내가 당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강세지역인 타브리즈, 시라즈 등 주요 도시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많은 이들이 투표를 못하고 일부 개표소에는 참관인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공정 개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사비 지지자 수천여명은 무사비의 낙선 소식에 분개해 테헤란 곳곳에 모여 "독재자를 타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으로 이란의 대미, 대서방 관계 개선은 다시 상당기간 답보상태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아마디네자드는 선거운동 기간 서방과 핵 협상 거부 방침을 밝히고 이스라엘을 사거리에 두는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바 있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 이슬람 화해 정책도 시련을 겪게 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 이슬람 화해를 기조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구축,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방안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역내 패권국으로 꼽히는 이란에서 강경보수파가 다시 득세함에 따라 대 중동정책에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투표소에 밀려든 유권자들로 투표 마감시간이 4시간이나 연장되는 등 이란 국민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