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다시 늘리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경기침체 속에 가계대출 부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연체율 관리에 주력해 왔지만 최근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자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목표치를 완화한 것도 은행들이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게 된 배경이다.

국민은행은 14일 지난 4월부터 적용하던 주택담보대출의 제한 조건을 이달 들어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4월부터 다른 은행의 대출을 갚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은 해주지 않도록 하고,목표치를 초과한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지점장이 본점에 사유를 보고토록 하는 등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해왔다.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다시 확대키로 한 것은 2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이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았고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연 2.41%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동안 대출을 늘려왔던 다른 은행들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면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관련 대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추세에 맞춰 대출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고 0.2%포인트씩 내리고 직장인 신용대출 영업을 위한 대출상담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대출 영업을 줄이면서 한동안 대출상담사를 뽑지 않았다"며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