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 강남구청장은 대뜸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강남구가 발표한 출산장려 정책이 출산양육 지원금만 강조돼 희화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장려 정책이 '아이 일곱 낳으면 1억원' 등 지원금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개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듯했다. 맹 구청장은 "강남구가 저출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선도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지 출산양육 지원금으로 구청 정책을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 저출산 문제는 개인의 능력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책에 다른 구청들도 반응하는 것 같다"며 "국가 차원의 저출산 문제를 푸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둘째부터 보육비의 50%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편 후 어린이집 등으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아이를 낳는 데 뭐가 제일 부담스럽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양육 비용을 꼽았다. 어떤 사람들은 애 하나 더 낳으면 1년 연봉이 고스란히 들어가는데 부담스러워서 못 낳겠다고 그러더라.그런 면에서 이번 정책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

▼강남에 사는 사람이 돈 몇 푼으로 애를 낳겠느냐는 지적도 많은데.

"강남구엔 돈 많은 사람만 산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지도 않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7번째로 많은 구가 강남구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9091명이고 장애인이 1만4000명 산다. 일원동,수서동,개포동 등 임대 아파트들이 있는 동네뿐만 아니라 부자 동네라고 소문난 압구정동에도 빌라 옥상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개포동만 가 봐도 8평과 13평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나. 강남에 부자가 많다는 것이지 강남구민 전체가 부자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

▼출산양육 지원금을 지급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으로 확신하나. 서울 다른 자치구들의 사례를 보면 출산양육 지원금을 지급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출산양육 지원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중점을 둔 것은 보육비 지원,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등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여섯 낳으면 3000만원'이라는 식으로 이것만 제목으로 강조했다. 우리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왜 애를 안 낳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조사해 보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경제적인 부담이다. 육아비 · 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드나. 초 · 중 · 고교 시절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이 없다. 공교육에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점차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활발히 하는데 결혼하고 애 낳으면 자기 계발을 하기가 어렵다. 이것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애를 낳고 자기 활동을 하더라도 자기 경력에 불리한 일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회가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

▼여성의 사회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가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 구청에서 회사에 그걸 강제할 수는 없지 않나. 법적으로 페널티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 회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자는 여성이 된다. "

▼출산 장려금이나 육아비 보조보다 강남 집값이 떨어져야 출산할 수 있는 젊은 부부가 강남에 많이 살게 되지 않나. 그게 더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보이는데.

"좋은 의견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이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 잡겠다고 강남에 재건축을 못하게 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까 서울에서 기업들의 일자리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 강남구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주택 수요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걸 막지 않았나.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집값은 당연히 올라간다. 강남 집값 잡으려면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신혼부부들도 편안히 강남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

▼이번 출산 장려책은 돈 많은 강남구니까 가능하다는 비판이 있다. 결국 자치구별로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자치구는 강남구가 돈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공동세 과세와 재산세 인하로 내년부터 강남구 예산 규모가 1000억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댄스 페스티벌,민원실 리모델링,도곡로 전선지중화 사업 등의 예산을 줄여 160여억원의 예산을 만들었다. 예산은 항상 모자라는 것이다. 결국 정책 우선 순위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교육과 출산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것이다. "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저출산 문제가 분명 심각한 것이지만 강남구의 입장에서 보면 출산율이 조금 낮아도 전입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구의 경쟁력과 출산율은 별로 상관 없어 보이는데.

"현재 강남구에 초등학교 4~5학년들의 전입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래는 불확실한 것 아니냐.강남구의 출산율이 0.78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1.19명인데 여기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출산율이 떨어져 나간다면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강남구만 낮고 다른 구가 높다면 출산율을 높일 필요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낮으니까 문제가 아닌가. 우리가 정책 발표한 뒤부터 언론에서 많이 얘기하니까 다른 구들도 자극을 받는 분위기다. "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저출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지금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고학력 · 고소득 군이 애를 안 낳기 때문이다. 강남에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그러니 강남이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 본다. "

▼저출산 대책뿐만 아니라 민생안정 추진단을 만드는 등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현재 빈곤층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기본적으로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 그래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양극화도 완화되는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중산층에서 서민이나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경제 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물론 구청 차원에서 기울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는 작년에 예산 통과되자마자 사업비를 10% 절감했고 민생안정 예산으로 추경 예산 172억원을 편성하여 지난 2월 통과시켰다. 내가 내세우는 모토가 '강남구에서 밥 굶는 사람 없게 하겠다''학비가 없어서 학교 그만두는 사람 없게 하겠다'이다. 하지만 자치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

▼구청장으로서 앞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교육과 출산 문제는 국가적인 아젠다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든다고 생각해 보라.국방 인력도 부족하고 노인 문제도 심각해진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큰일이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인 일이지만 기초자치단체인 우리 구청이 나서면 다른 지자체들도 자극을 받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강남구가 사교육 1번지로 돼 있는데 이걸 바꿔야 한다. 학교 교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 같은 예능 과목은 학교에서 다 못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공교육이 감당해야 한다. 강남구가 그렇게 하고 싶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김병일/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