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내구성 자동차 레이스 '르망24' 관람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속 380km…지구 6분의1 바퀴…24시간 미칠듯한 질주!
지난 13일 오후 3시(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소도시 르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13.65㎞의 서킷(경주용 도로)을 레이서 3명이 교대로 24시간 동안 달려 우승을 가리는 세계 최고의 내구성 자동차경주대회 '2009 르망 24'에 참가한 총 55대의 차량은 출발선에 서서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쏟아냈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심장을 벌떡이게 한다는 바로 그 소리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프로토(Proto) 차량(경주 전용차량) 중 배기량이 큰 차들로 구성된 'LMP1' 클래스 소속 20개 '머신'이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관중들은 레이싱 차량이 남기고 간 엔진 소리에 전율을 느꼈다. LMP1 클래스에 이어 배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프로토 차량이 참여하는 'LMP2',양산 차량들이 참여하는 LMGT1,LMGT2 등 나머지 클래스 소속 레이싱 카들도 순차적으로 출발선을 떠났다.
레이싱카들은 클래스별로 느리게는(?) 평균 시속 280~290㎞,빠르게는 370~380㎞의 속도로 하루를 꼬박 달렸다. 가장 빠른 LMP1 우승팀은 통상 서킷을 420~430바퀴 돈다. 거리로 환산하면 약 5700~5900㎞다. 하루 새 지구 둘레(약 4만㎞)의 7분의 1~6분의 1 정도를 질주하는 셈이다.
르망 24는 단순한 모터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거대한 축제다. 이번 대회를 보기 위해 인구 15만명의 르망시엔 전 세계로부터 25만명의 관람객이 몰려왔다. 관중석에 자리 잡은 5만명 외에도,수십만명이 서킷 주변에 캠핑카나 텐트를 쳐 놓고 경기를 즐겼다. 상당수가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르망에서 80㎞ 떨어진 샤르트르시에서 11살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페트릭 펠레티어씨(39)는 "차와 드라이빙이 좋아서 아홉번째 르망 24를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완성차업체 등 각 메이커들이 의류 및 기념품을 파는 매장을 마련,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렸다. 롤렉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들도 후원사로 참여해 마케팅에 나섰다.
르망 24는 글로벌 완성차 및 타이어업체로부터 후원을 받는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서들이 참가한다. 완성차업체 중엔 아우디 푸조 포르쉐 페라리 마쓰다 등 10개 업체가,타이어업체 중엔 한국타이어 미쉐린 피렐리 던롭 등 4개 업체만 공식 후원사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한국 판바허 레이싱팀'은 가장 낮은 클래스인 LMGT2에서 경기를 펼쳤다. 판바허팀은 충돌사고로 인한 엔진과열 우려로 완주엔 실패했지만, 재도전 의욕을 불태웠다. 안명헌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부문장(상무)은 "그동안 레이싱팀을 꾸려 참가했던 다른 자동차 경주대회는 내구성 레이스의 최고봉인 르망 24에 오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내년부터는 LMP2 차량에 장착되는 타이어 개발에 착수해 2011년부터 경주에 참여하고 최종적으로는 LMP1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망(프랑스)=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