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규격진료' 탈피한 '소신진료'로 의료산업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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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요양급여기준, 질식할 정도로 많은 의료규제 의료서비스 고급화ㆍ산업화 막아"
"한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규격 진료'입니다. 이를 타파하고 의사의 양심과 학문적 견해를 바탕으로 환자의 특성을 감안한 '소신 진료'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은 먼나라 얘기가 될 것입니다. "
지난 5월 임기 3년의 대한의사협회장에 취임한 경만호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주도의 단일의료보험 체계 때문에 획일적인 요양급여 기준이 책정돼 있고 최선의 치료를 하고 싶어도 그 벽에 막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 동안 규격 진료 타파와 소신 진료 관철을 통해 의료계의 숙원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 회장은 "국민은 의사들이 급여기준을 넘어선 보험청구비를 환수당하고 과중한 과징금까지 무는 것에 대해 당연히 여기거나 무관심하기 쉽지만 이 때문에 의사들이 방어적인 진료를 계속한다면 소홀해진 치료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의료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20~30%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쾌적한 환경에서 기계적인 진료가 아닌 인간적으로 대접받는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규격 진료의 틀을 깨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단일의료보험 구조를 해체해 여러 의료보험이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정말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선별해 기초적인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되,복지제도와 의료산업을 분리해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및 의료관광 활성화와 관련,경 회장은 "정부가 과연 이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규격 진료를 깨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비판했다. 그 예로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 전문의 지원을 기피하는 풍토는 고위험 · 고난도 치료기술이 필요한 특성상 상당히 고가일 수밖에 없는 관련 치료 비용을 국가가 가격을 통제해 강제로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라며 "최근 정부가 흉부외과의 보험수가를 인상했다고는 하지만 시장기능을 작동시켜 흉부외과의 가치에 맞는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거나 더 많은 보험 재정을 투입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의료의 질적 수준은 미국의 85% 선이지만 암 치료율은 미국의 두 배에 이르고 장기이식이나 성형수술처럼 미국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다"며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시장 기능을 막는 의료 관련 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규제 속에서 대형 병원 위주로,그것도 제한된 수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서야 무슨 대단한 성과가 나오겠느냐"며 "규격 진료가 존속하는 한 고급화 다양화돼 가는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시장논리가 더 강한 중국의 의료시장이 급성장해 의료관광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의 영리추구를 규제하는 질식할 정도로 많은 규제를 풀어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까지도 창의적으로 의료관광 준비에 나서야 비로소 의료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경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포퓰리즘적인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차상위 계층이라고 하지만 뻔히 경제력이 있는 사람까지도 보건소를 이용해 각종 의료혜택을 무료 또는 저가로 입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의 식대를 건강보험으로 무조건 충당하고 있고요. 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민 때문인지 암환자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보험재정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적잖은 선심성 의료정책으로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어요. "
경 회장은 "돈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기초의료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매력이 있는 의료소비자에게 국가가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지려는 것은 문제"라며 "효율이 떨어지고 재정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는 보건소의 치료목적 사업을 질병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의료제도를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의료서비스의 다양화,의료기기 및 신약개발 등의 첨단 의료복합산업을 통해 엄청난 국부를 창출한 자질을 갖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귀중한 자산을 획일적이고 낭비적인 건강보험의 도구로만 쓰지 말고 의사들이 창조적인 가치가 있는 아젠다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은 OECD국가 중 의료보험 비용은 가장 낮고 의료복지 수준은 세계 5위권"이라며 "이런 성과를 이루는 데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많은 의료봉사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1978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0년까지 서울 동대문구에서 정형외과 원장으로 환자를 진료해 왔으며 이후 동대문구의사회장,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을 거쳐 2006년부터 2년 동안 서울시의사회장을 지냈다. 의료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동북아메디컬포럼을 이끌고 있으며 올 1월에는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선출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지난 5월 임기 3년의 대한의사협회장에 취임한 경만호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주도의 단일의료보험 체계 때문에 획일적인 요양급여 기준이 책정돼 있고 최선의 치료를 하고 싶어도 그 벽에 막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 동안 규격 진료 타파와 소신 진료 관철을 통해 의료계의 숙원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 회장은 "국민은 의사들이 급여기준을 넘어선 보험청구비를 환수당하고 과중한 과징금까지 무는 것에 대해 당연히 여기거나 무관심하기 쉽지만 이 때문에 의사들이 방어적인 진료를 계속한다면 소홀해진 치료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의료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20~30%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쾌적한 환경에서 기계적인 진료가 아닌 인간적으로 대접받는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규격 진료의 틀을 깨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단일의료보험 구조를 해체해 여러 의료보험이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정말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선별해 기초적인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되,복지제도와 의료산업을 분리해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및 의료관광 활성화와 관련,경 회장은 "정부가 과연 이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규격 진료를 깨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비판했다. 그 예로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 전문의 지원을 기피하는 풍토는 고위험 · 고난도 치료기술이 필요한 특성상 상당히 고가일 수밖에 없는 관련 치료 비용을 국가가 가격을 통제해 강제로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라며 "최근 정부가 흉부외과의 보험수가를 인상했다고는 하지만 시장기능을 작동시켜 흉부외과의 가치에 맞는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거나 더 많은 보험 재정을 투입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의료의 질적 수준은 미국의 85% 선이지만 암 치료율은 미국의 두 배에 이르고 장기이식이나 성형수술처럼 미국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다"며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시장 기능을 막는 의료 관련 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규제 속에서 대형 병원 위주로,그것도 제한된 수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서야 무슨 대단한 성과가 나오겠느냐"며 "규격 진료가 존속하는 한 고급화 다양화돼 가는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시장논리가 더 강한 중국의 의료시장이 급성장해 의료관광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의 영리추구를 규제하는 질식할 정도로 많은 규제를 풀어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까지도 창의적으로 의료관광 준비에 나서야 비로소 의료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경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포퓰리즘적인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차상위 계층이라고 하지만 뻔히 경제력이 있는 사람까지도 보건소를 이용해 각종 의료혜택을 무료 또는 저가로 입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의 식대를 건강보험으로 무조건 충당하고 있고요. 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민 때문인지 암환자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보험재정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적잖은 선심성 의료정책으로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어요. "
경 회장은 "돈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기초의료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매력이 있는 의료소비자에게 국가가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지려는 것은 문제"라며 "효율이 떨어지고 재정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는 보건소의 치료목적 사업을 질병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의료제도를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의료서비스의 다양화,의료기기 및 신약개발 등의 첨단 의료복합산업을 통해 엄청난 국부를 창출한 자질을 갖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귀중한 자산을 획일적이고 낭비적인 건강보험의 도구로만 쓰지 말고 의사들이 창조적인 가치가 있는 아젠다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은 OECD국가 중 의료보험 비용은 가장 낮고 의료복지 수준은 세계 5위권"이라며 "이런 성과를 이루는 데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많은 의료봉사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1978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0년까지 서울 동대문구에서 정형외과 원장으로 환자를 진료해 왔으며 이후 동대문구의사회장,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을 거쳐 2006년부터 2년 동안 서울시의사회장을 지냈다. 의료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동북아메디컬포럼을 이끌고 있으며 올 1월에는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선출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