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정운씨(26)의 16세 때 사진을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정운씨는 1996년 여름부터 2001년 1월까지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유학했다"며 "처음엔 김 위원장의 차남 정철씨(28)가 다녔던 베른국제학교에 입학했지만 수개월 뒤 그만두고 현지 공립학교로 옮겼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정운씨는 당시 '박운'이란 가명을 썼다"며 지금까지 '박철'이란 가명으로 베른국제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차남 정철씨라고 설명했다. 정운씨의 사진은 김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가 북한을 탈출한 뒤 공개한 11세 때의 사진이 유일했다.

마이니치가 공개한 사진은 1999년 6월 정운씨가 7학년(중학교 1학년) 시절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이다. 사진에서 정운씨는 검은색 반소매 라운드 티셔츠에 금줄로 보이는 목걸이를 걸고 있다. 짧은 머리에 비교적 밝은 표정이다.

정운씨는 베른 공립학교 9학년이던 2000년 말 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담임교사였던 시모네 쿤씨(32)는 "그가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와서 '내일 귀국한다'고 말하고,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운씨와 학교 친구였던 포르투갈 출신의 조아오 미카엘씨(25)는 유럽에 원정 경기를 온 미국 프로농구(NBA) 소속팀의 시합을 정운씨와 함께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관람하고 왔다고 증언했다. 운전사가 딸린 차로 낮에 베른을 출발해 파리에서 관광도 한 뒤 밤늦게 베른에 돌아왔다고 한다.

정운씨는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해 집에는 농구 만화가 많았다. 그는 또 학교에서는 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친구인 미카엘씨에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이란 점을 밝혔다. 그는 미카엘씨에게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정운씨가 다녔던 공립학교의 교장으로 당시 수학교사였던 페타 부리씨(52)는 "뭐든지 열심히 했다. 수학을 잘했지만, 영어나 독일어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임이었던 쿤씨는 "말수가 적은 아이로 베일에 싸여져 있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지난 10일 일본의 아사히TV는 뉴스를 통해 김정운의 최근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청년 사진을 보도했지만 오보로 밝혀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