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매년 비슷하게 자라고 사춘기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키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키는 시기마다 다르게 자라며 사춘기는 키가 성장하는 최후의 기회임을 기억해야 한다.

태어나서 첫 1년 동안은 약 25㎝ 자라고 그 다음해에는 12~13㎝가량 성장하던 아이들은 사춘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보통 1년에 5~6㎝ 정도 성장에 그친다. 키 성장의 피크타임은 여자는 초경 전,남자는 변성기 전 1년씩으로 짧은 기간이다. 이때가 지나면 성장판 개폐 여부와 뼈 성숙도에 따라 연간 5~8㎝ 정도 더 큰 후 성장을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내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10㎝ 이상 작거나 1년 동안 4㎝ 미만으로 자랐다면 전문클리닉을 찾아 뼈 나이와 성장판 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이런 성장 정밀검사를 받으면 아이의 초경과 변성기 시기를 예측해 적기 치료에 나설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7~8㎝ 이상 크거나 가슴에 멍울이 잡히거나 머리에서 냄새가 나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금 다른 아이들보다 크니까 당연히 나중에도 더 크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춘기 증상이 빠르면 그만큼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예측 키가 평균 키보다 작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장판의 상태는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영양 상태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 중 적절한 수준의 성호르몬은 뼈를 잘 자라게 할 수 있지만,2차 성징이 나타날 정도의 고농도가 되면 오히려 성장판을 닫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도 키가 151㎝에 지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내원한 박양의 경우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초경이 시작돼 또래보다 키가 빨리 자라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성장이 멈춘 케이스다. 178㎝인 아빠,168㎝인 엄마 키를 고려한 유전적 예상키는 167㎝이지만 지금의 키는 이보다 16㎝나 작다. 사춘기 전후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검사 결과 성조숙증으로 판명난 경우에는 성장판의 개폐 정도와 뼈 나이에 따라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초경 시작 이후 2년 정도가 지나면 성장판이 닫히기 때문에 약물 치료로 초경을 늦춰 주면 성조숙증으로 인한 작은 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