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에서 390㎡(120평) 규모의 '라이브 생맥주'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5 · 남)는 한 달째 손을 놓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다. 1년 전만 해도 종업원 4명을 고용했으나 모두 내보내고 주방일을 하는 파트타이머 1명만 쓰고 있다. 생음악을 들려주는 '라이브 코너'는 지난 3월 없앴다. 김씨는 "소비자들이 인근의 저가 안주형 주점을 찾고 있다"며 "권리금을 포기한 채 점포를 내놓았으나 가게를 보러오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칼국수집을 하는 나모씨(50 · 여)도 폐업을 준비 중이다. 2년 전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매출이 80만원 정도로 짭짤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감,요즘은 30만원 선을 밑돌고 있다. 나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칼국수 한 그릇은 5000원으로 가격은 올리지도 못한다"며 "고생하는 데 비해 손실이 커져 장사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하는 등 일부 경기지표가 개선되고,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선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영업 현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서울 중구에서 생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성모씨(52 · 남)는 "정부에선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2분기 이후 매출이 연초에 비해 20%가량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자영업 · 창업 컨설턴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썰렁하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현장에 가보면 한계 상황에 다다른 '깡통점포'가 급증하고 있다"며 "창업 문의는 실종된 채 폐업 문의만 쇄도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당장 문을 닫고 싶어도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건지려고 버티고 있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손해보는 점주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달 통계로는 자영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만명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휴폐업 상태인 점포를 감안하면 감소폭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 외에 자영업자들의 추락을 되돌릴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정부가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늘리고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으나 자영업자들이 미래에 투자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회장은 "소비시장 위축으로 창업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자영업 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