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똑똑한 전기'로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공동개발을 위한 한 · 미간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양국의 전력, 중전기 업체들이 참여한 한 · 미 스마트 그리드 투자포럼이 개최된 데 이어, 지식경제부와 미 에너지부는 공동개발을 위한 정부간 협력의향서를 체결(締結)한다. 이는 두 나라 모두 미래비전으로 생각하는 녹색성장의 공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스마트 그리드는 첨단 IT와 기존의 전력망을 결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공급자로서는 전력의 초과공급을 없앨 수 있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전력공급이 불규칙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걸림돌이 해결돼 이의 보급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시간대를 파악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면서 에너지 사용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그야말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자 그린 IT기술인 셈이다.

한 · 미 양국이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손을 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 오바마 대통령은 녹색뉴딜정책 핵심과제로 스마트 그리드를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녹색성장위원회 1차회의에서 국가단위 스마트 그리드를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고, 뒤이어 지식경제부에서 시범도시 조성 등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와 업계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앞선 기술력과 우리의 사업화 능력을 결합하면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는 한 · 미 양국 모두 중시하는 국가 아젠다인 만큼 스마트 그리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실현된다면 그와 같은 공동협력이 더욱 용이해 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 · 미 양국은 녹색성장을 이끄는 좋은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