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법(法)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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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예로부터 이름이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문중마다 항렬이 있어 그에 따라 이름을 짓도록 했다. 엄격하게 항렬을 지키다 보니 여자아이가 남자이름을 가져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죽하면 이름을 지어주고 돈을 받는 작명소(作名所)가 성행했을까. 요즘엔 한글이름이 일반화되는 추세지만 아직도 남자아이에게는 항렬에 따라 이름을 지어주는 집안이 많다.
사람 이름뿐 아니라 직업도 명칭에 따라 격(格)이 달라진다고 여겼다. 간호원을 간호사로,운전수를 운전기사로 바꾼 것이 그 예다.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전문성을 인정받는다는 생각에서다. 대통령 뒤에 붙이는 존칭도 '각하'로 해야 한다느니 '님'이 좋다느니 논란을 벌인 적도 있다.
법제처가 길고 복잡한 법(法)이름을 짧고 알기 쉽게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준안을 마련해 법령 심사에 반영하고 국회에도 쉽고 간결한 이름으로 붙여 줄 것을 요청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1230여개 법률 가운데 상당수가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다. 심지어 80자가 넘는 것도 있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이다. 이는 '주한미군 등에 관한 국 · 공유재산 관리법'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다고 한다.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 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납북 피해자 보상법'으로,'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은 '디지털방송 특별법'으로 바뀌게 된다. 법률의 특징과 내용을 잘 나타내는 대표 단어 위주로 간략화되는 것이다.
법 이름이 길고 복잡한 탓에 전문가조차 혼란스럽다며 불평하고 있는 마당이니 잘 된 일이다. 법률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그것을 알기 쉽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법제처가 추진해온 법률용어 및 내용 정리 작업도 착오없이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도 있듯이 이름은 실상과 부합해야 제 구실을 하게 마련이니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사람 이름뿐 아니라 직업도 명칭에 따라 격(格)이 달라진다고 여겼다. 간호원을 간호사로,운전수를 운전기사로 바꾼 것이 그 예다.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전문성을 인정받는다는 생각에서다. 대통령 뒤에 붙이는 존칭도 '각하'로 해야 한다느니 '님'이 좋다느니 논란을 벌인 적도 있다.
법제처가 길고 복잡한 법(法)이름을 짧고 알기 쉽게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준안을 마련해 법령 심사에 반영하고 국회에도 쉽고 간결한 이름으로 붙여 줄 것을 요청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1230여개 법률 가운데 상당수가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다. 심지어 80자가 넘는 것도 있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이다. 이는 '주한미군 등에 관한 국 · 공유재산 관리법'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다고 한다.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 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납북 피해자 보상법'으로,'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은 '디지털방송 특별법'으로 바뀌게 된다. 법률의 특징과 내용을 잘 나타내는 대표 단어 위주로 간략화되는 것이다.
법 이름이 길고 복잡한 탓에 전문가조차 혼란스럽다며 불평하고 있는 마당이니 잘 된 일이다. 법률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그것을 알기 쉽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법제처가 추진해온 법률용어 및 내용 정리 작업도 착오없이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도 있듯이 이름은 실상과 부합해야 제 구실을 하게 마련이니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