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끝난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오픈에서 이승호는 경쟁자였던 권명호가 마지막 홀에서 OB를 내는 바람에 3타차 우승을 했지만,그 직전 홀인 17번홀(파3)에서 운도 따랐다. 러프에서 친 25m 거리의 내리막 어프로치샷이 강하게 맞아 홀을 훨씬 지나칠 것으로 보였지만 볼이 깃대를 맞고 홀 옆에 멈추는 바람에 파를 잡고 1타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골프에서는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만,이처럼 운이 따라줘 우승까지 연결된 경우가 많다. 행운과 불운 사이에서 희비가 갈린 사례를 모아본다.


◆"골프에서는 운(運)도 기량"

지난 2월 미국PGA투어 RBR오픈.케니 페리와 찰리 호프만이 연장승부를 벌였다. 연장 세 번째홀 접전 끝에 페리가 우승했는데,연장 첫 번째 홀에서 사단이 있었다. 페리가 러프에 빠진 볼을 치기 전에 웨지로 볼 뒤를 서너 차례 두드려 눌렀다. 누가 보기에도 라이개선이었던 것.그러나 당시 페리의 행동에 대해 이의 제기가 없었고,그는 결국 우승컵을 안았다. 석달이 지난 뒤 녹화테입을 통해 밝혀졌으나 이미 지나간 일이 돼버렸다. 페리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김하늘은 지난달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에서 운좋게 실격당하지 않은 케이스.대회 때 매일 볼 4개를 갖고 나가는 습관이 있는 김하늘은 1라운드 16번홀까지 볼 4개를 모두 워터해저드와 숲속에 날려보냈다. 수중에 칠 볼이 없었던 것.

규칙상 클럽은 다른 사람에게 빌릴 수 없으나 볼은 '원 볼 조건'(동일 상표,동일 형의 골프볼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빌려쓸 수 있다. 그러나 동반자들은 김하늘과 다른 브랜드를 사용해서 빌릴 수 없었다.

김하늘이 난처해하고 있는데 마침 한 갤러리가 김하늘이 사용한 것과 같은 브랜드의 볼을 가지고 있어서 김하늘은 그 볼을 빌려 나머지 세 홀을 마칠 수 있었다. 만약 김하늘이 볼을 빌리지 못했다면 실격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운의 희생양들

억세게 운이 따르지 않아 경기를 망친 케이스도 있다.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 2라운드.오지영이 18번홀 그린에서 볼을 리플레이스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1벌타를 받은 끝에 더블보기를 기록했는데,바람이 안 불었으면 파는 물론 버디도 노릴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티브 스트리커는 지난해 1월 미PGA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동반자의 볼마커 때문에 피해를 본 케이스.스트리커는 연장 첫 번째홀(파5) 그린 밖에서 퍼터로 볼을 쳤는데 볼이 그린에 올라 굴러가다가 다니엘 초프라의 큰 볼마커(카지노칩 모양으로 된 것)를 맞고 크게 튀기더니 홀에서 3m나 떨어진 지점에 멈춘 것.그는 그 버디퍼트를 놓쳤고 다음 홀에서 초프라에게 지고 말았다.

일본 남자골프의 '샛별' 이시카와 료도 지난해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서 불운을 당했다. 첫날 러프에서 볼을 찾던 중 자신의 볼을 밟아 버린 것.1벌타를 받은 그는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결국 1타차 2위에 그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