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담배연기에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유유자적하게 여유로움을 즐기던 사교의 공간.나비 넥타이를 맨 웨이터가 우아하게 서빙하던 품격있는 장소.카사노바가 정부(情婦)를 유혹했고,사르트르가 실존주의 에세이를 썼던 문화 중심지.

한잔의 커피를 음미하던 카페가 본고장 유럽에서 사라지고 대신 실용주의의 상징 '스타벅스'가 급속하게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스페인 '라 방구아르디아'가 14일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 최대신문인 라 방구아르디아는 '스타벅스 데모크라시(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영어판 기사에서 "유럽지성의 토론 공간이던 카페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라 방구아르디아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되 마고'에서 오스트리아 빈의 '하벨카'까지 카페는 구대륙 유럽의 사상과 삶의 공간이었다"며 "카페가 존제하는 한 유럽의 아이디어도 존재한다고 했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사교 중심지로서의 카페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넥타이를 맨 웨이터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대신 "여기서 드실 건가요,가지고 나가실 건가요"를 묻는 대중화된 커피숍인 스타벅스 종업원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사회가 점차 실용주의적으로 변모하면서 이제 사람들이 시와 풍류를 논하지 않고 컴퓨터 스크린 위에서 사람들을 사귀게 된 점이 카페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