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바로 자본주의의 복귀다(뉴스위크 6월22일자).'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로 지난 6개월간 미국식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신자본주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선언했고 GE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기업들의 경영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자본주의가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칼 마르크스의 저서 '공산당 선언'을 빗댄 '자본주의 선언(The Capitalist Manifesto)'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위기극복 경험을 볼 때 지금의 자본주의는 근본적인 변화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오히려 각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번 위기로 자본주의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금융과 금융가들이 엉망진창이 된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도 코카콜라 IBM 월마트 등의 비금융 기업은 여전히 튼튼한 재무제표와 자본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제안하는 '전면적인' 개혁없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본주의의 '재창조' 과정없이도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반복됐다고 전했다.

1987년 10월19일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역대 최고 수준인 23%나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고통이 예견됐지만 오히려 1990년대 장기호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때도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불과 2년 뒤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2000년 닷컴 붕괴 때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사형선고가,이번 금융위기엔 파생상품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 등이 나왔지만 그 어느 것도 종말을 고하기는커녕 더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이윤 추구와 개인적인 욕망이 근간에 자리잡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금융인이나 기업가의 윤리성 문제나 시장의 자율 규제 등과 관련한 개혁 작업은 앞으로도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