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이 최근 실시한 5조원 규모의 초대형 LNG-FPSO(천연가스 저장 및 생산 설비) 입찰에서 삼성중공업이 설계 파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전체 프로젝트를 맡는 게 업계 관행이어서,삼성중공업이 최종 본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순위를 결정,최근 해당 기업들에 통보했다. 이번 입찰에는 국내 '빅3' 조선사가 모두 참여했으며 삼성중공업이 1위,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2위와 3위에 선정됐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발주 계약은 올 연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LNG-FPSO는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액화해서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복합기능의 해양플랜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별도의 육상 액화 · 저장설비가 필요없고 한 곳에서 작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셸이 이번에 발주하는 LNG-FPSO는 연간 생산량 350만t 규모로 사상 최대다.

삼성중공업은 입찰 제안서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에 들어갈 비용으로 38억달러(약 5조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됐던 40억~50억달러보다는 낮은 가격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입찰에 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LNG-FPSO를 개발해 수주한 실적이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며 "이런 기술력이 이번 입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초 유럽 선사로부터 6억8000만달러짜리 LNG-FPSO를 수주했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