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료지원봉사 참여를 위해 예멘을 방문한 엄모씨가 살해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중동지역에서 한국인이 주요 테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예멘 시밤에서 알 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 관광객 네 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3개월여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

이번 납치사건의 배후로 당초 예멘 정부는 압둘 말리크 알 후티가 지도하는 이슬람 시아파 반군세력을 지목했다. 엄씨가 납치된 사다 지역이 지난해까지 정부와 반군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펼쳐진 곳으로 반군들이 정부 측과 협상을 위해 외국인을 납치한 것으로 분석된 것.예멘에선 지난 15년 동안 2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부족민들에게 납치됐었다.

그러나 해당 반군이 납치사실을 부인했고 피랍자들이 이례적으로 잔인하게 살인된 채 발견됨에 따라 납치의 주체로 '알 카에다'가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중동의 최빈국 예멘에선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탈출한 알카에다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예멘은 알카에다 창설자인 오사마 빈 라덴 아버지의 고향이며,빈 라덴 가문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 자금 담당 책임자가 예멘 당국에 체포되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외국인을 납치해 살해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AP통신도 예멘의 한 부족 지역 지도자의 말을 인용,알카에다 배후설에 힘을 보탰다.

앞서 예멘에선 지난 3월 '사막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관광지 시밤에서 알 카에다의 자살 폭탄테러로 한국인 관광객 네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고,1998년에는 주예멘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 부인과 3살 난 딸이 교민 1명과 함께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며칠 만에 풀려난 전력도 있다. 테러의 강도도 강해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에 사망한 엄씨는 시신이 크게 훼손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 2007년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이 중 2명이 피살되는 등 이슬람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 지역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지 못한 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엄씨의 사망 여부에 대해서도 15일 밤 10시께까지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불과 30여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또 서구 주요 언론들이 전하는 보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허둥대는 등 중동지역에 대한 정보부재를 드러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