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화물연대의 투쟁이 계약해직자의 복직을 보장받는 수준에서 파업 발생 나흘 만에 일단락됐다.

화물연대가 지난 11일 0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할 때만 해도 노동계의 하계투쟁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취약 노동계층의 선제투쟁에 자극받아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합의점 도출이 예상 외로 신속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합의문을 뜯어보면 화물연대의 판정패라는 분석이 노동계 주변의 중론이다.합의문에 계약해직자를 복직시키고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투쟁과정에서 제기된 고소··고발·가처분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핵심 쟁점인 ‘화물연대 실체 인정’은 빠져 있어서다.화물연대가 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교섭 결렬 당시보다 더 얻어낸 게 없었던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합의주체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장’과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으로 합의문에는 ‘화물연대’라는 명칭이 없다”고 말한 것은 화물차주로 결성된 단체에 노조가 누리는 노동권(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법과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화물연대의 초반 기세와 비교하면 실리를 거의 얻지 못한 채 ‘용두사미’ 행태로 파업이 마무리된 것은 화물연대 안팎의 동력을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확보는 대한통운과 교섭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 개선에 초점을 둬야 할 과제였다는 점에서 현장 조합원이 체감할 요구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