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복지부동이 통하지 않아요. " 울산시 환경자원과 조충래 사무관은 "울산 공무원들에게는 도전적인 기업가의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조 사무관이 2006년부터 3년간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공직 분위기 덕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울산 전역에서 민원이 계속되자 근원적인 처방책 마련에 나서게 된다. 꼬박 1년여 동안 국내의 웬만한 쓰레기 처리장을 이잡듯이 다 뒤졌다. 하지만 이렇다할 대책이 없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마지막 종착점은 스웨덴에 있는 스칸디나비안 바이오가스사(SBF).이 회사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분해시켜 고농도의 바이오 가스로 전환시키는 첨단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이 기술이 울산에도 적용이 가능한지였다. 1980년대 초반 서울 난지도 매립장에서 덴마크의 RDF(폐기물고형연료화)기술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선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조 사무관은 결국 SBF사에 설비투자는 물론 설계, 관리 운용까지 직접 도맡아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실패하면 설비를 몽땅 뜯어가라는 주문과 같았다.

SBF사는 이처럼 자신에 가득찬 울산시에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음식물 처리 비용도 국내 처리 비용보다 t당 2만원 정도 저렴한 6만원 선에 책정했다. 울산시는 오는 9월 가동을 앞두고 울산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스웨덴행 비행기로 실어보내면서까지 스웨덴과 차이가 나는 울산 음식물 쓰레기의 성분 분석과 바이오 처리 테스트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조 사무관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착오가 발생하면 과감히 옷을 벗겠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공장 폐수로 뒤범벅이 돼 공해 백화점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태화강은 은빛 연어가 회귀하고 전국 수영 마니아들이 몰려들어 수영대회를 여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이를 바꾼 성공 DNA는 '불가능은 없다'는 공무원들의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울산시는 지난 4년여 동안 태화강 지천을 샅샅이 누비며 가정과 공장의 오수관을 죄다 하수처리장으로 되돌리는 공사를 했다. 이것도 부족해 하천 복류수를 모아 수질 개선에도 나섰다.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한 과제만도 82건에 이른다. 주봉현 울산 정무부시장은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하는 증거가 아니냐"며 "이를 보면 울산 공무원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독특한 유전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은 1960년대 국내 최초의 국가공업지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왔고 그 덕분에 지금도 국내 최고 부자도시 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이렇게 박정희 정권 이후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전자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970년대부터 듀폰 등 해외 기업을 일찌감치 받아들여서인지 공직사회의 폐쇄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주 부시장 자신부터 영남권 지자체에선 보기드문 호남권 출신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2006년 재선 후 지역 내 인사를 정무부시장에 천거하라는 정치권 안팎의 압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주 부시장을 낙점했다. 최근 SBF사 자문 자격으로 울산을 찾은 요한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세계적 공장이 들어서 있는 울산이 환경까지 개선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사례"라며 "유럽에 가서 한국에 대해 얘기할 때 울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