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100만명 이상..16일에도 대규모 시위

이란 대선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이란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2일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개혁파 후보 지지자들은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당국의 통제와 강력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에는 친정부 민병대의 총격으로 부상자가 여러 명 발생했으며,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100만명 이상 거리로 = 이번 대선에서 패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들은 개표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과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수도 테헤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정부의 시위 불허 조치에도 테헤란대학과 혁명 광장을 향해 행진을 벌였으며 경찰은 테헤란대학으로 이어지는 혁명 광장을 봉쇄했다.

목격자들은 이날 시위에 1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전했으며, 외신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보도했다.

무사비도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이란 당국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면서 자신이 이번 대선의 승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테헤란의 아즈디 광장에서는 친정부 민병대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시위 중 첫 번째 사망자가 된다.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 있는 조직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16일에도 발리예 아스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 이란 계엄령 선포하나 = 항의 시위가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확산됨에 따라 이란 당국이 강경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리처드 불리엣 미국 컬럼비아대학 중동연구소 역사학 교수는 이란 지도자들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상태라면서 혁명수호위원회가 대선 결과를 승인한 뒤에도 시위가 이어질 경우 "하메네이는 계엄령과 통행금지령을 선포,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권좌에서 축출된 팔레비 전 이란 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는 최근 이란의 시위 사태는 이슬람혁명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오늘날 이란의 정세는 (이슬람혁명) 당시 몇 달 간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이 옛 소련 시절 동유럽 국민들과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이란 국민에게 연대감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 국제사회 우려 표명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이란 사태와 관련, 이란 지도자들에게 이란 국민의 진정한 뜻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이란 선거 여파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란 국민의 진정한 뜻이 완전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엔과 나의 입장"이라며 대선 결과에 대한 이란 당국의 조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이란 정국 혼란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란에서 언론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의 지도자를 결정하는 것은 이란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란 대사를 소환, 우려를 표명했다.

(테헤란.워싱턴.유엔본부 AFP.dpa.로이터.블룸버그=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