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엄영선 씨 블로그에 '사이버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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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맨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테러단체에 납치돼 숨진 故 엄영선(34)씨의 블로그에 네티즌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저는 순례자이며 여행하는 영혼입니다(I'm a PILGRIM, a travelling soul)"라는 제목을 단 엄 씨의 블로그(blog.naver.com/blue751214)에는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수많은 네티즌들이 애도를 표하는 등 사이버 조문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1800여명의 네티즌들이 블로그를 방문, 추모글을 통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가족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생각 만해도 가슴이 아프다"며 "하늘에서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른 나라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같은 국민으로서 용서가 안된다"고 분노하며 "뜻하지 않게 생을 마감했지만 하늘나라에선 더 해맑은 웃음 가지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엄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지생활과 동료들, 앞으로의 계획 등 자신의 예맨 생활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겨놓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엄 씨가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듯 지난 1월 23일 영문 편지 형식으로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서 예멘의 치안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냈다.
그는 "한 달에 1∼2차례씩 여러 차례 외국인들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며 "(예멘) 수도인 사나로 자주 이동을 해야 하는데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기를 늘 빌곤 한다"고 써놓았다.
대전 침례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엄 씨는 대학 졸업 후에는 초등생 영어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5년 전부터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 서비스'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엄 씨 지난해 10월 예멘 수도 사나에서 월드와이드 서비스 네덜란드 본부의 승인을 얻어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인 의사의 자녀 교육을 담당해 왔으며 오는 8월 귀국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지난 12일 예멘의 사다지역에서 엄씨를 포함해 9명이 실종됐고, 서울 시각으로 어제 저녁에 엄씨를 포함한 3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외통부 관계자는 "현지 한국인 의사가 검안을 했지만 시신상태가 좋지 않아 얼굴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복장 등을 통해 엄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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