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북부 사다에서 피살된 엄영선씨(34)는 생전에 '나는 순례자(pilgrim)이며 여행하는 영혼(travelling soul)'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네티즌들은 엄씨의 글에 댓글을 달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스스로 '순례자'라고 할 정도로 엄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좋아했던 엄씨는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한 뒤 4~5년 전부터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인 월드와이드서비스에서 활동해왔다. 네덜란드 터키 등 2개국에서 1년씩 영어를 가르쳤고 지난해 10월 예멘에 봉사활동을 갔다. 엄씨는 올 8월 초 귀국했다가 연말에 터키로 갈 계획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가치관에 따라 삶의 목적과 태도가 결정된다. 그 목적에 따라 선택한 일들을 후회하지 않음에 감사한다"는 엄씨의 마지막 글을 본 네티즌들은 방명록에 "너무도 값진 삶을 사셨다"(아이디 SDL),"봉사하러 간 건데 너무 안타깝다"(아이디 eyesonly1) 등 수백개의 글을 남겼다.

엄씨는 예멘의 치안상황을 우려하는 글도 남겼다. 그는 "한 달에 한두 건씩 외국인 납치사건이 일어났다"며 "수도인 사나로 자주 이동해야 하는데 부디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