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국제 컨퍼런스] "야심찬 리더십이 히든 챔피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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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6일 대한상의에서 개막된 국제 컨퍼런스의 화두는 리더십이었다. 드러커가 생전에 강조했던 혁신과 기업가정신,지식경영을 실천할 핵심 주체는 결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조직의 리더라는 것이다. 초청 연사들은 미래 사회에는 강력하면서도 권한을 나눌 줄 알고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가진 리더가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리더는 구성원과의 소통과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조직의 지식 수준을 높여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이사장 조동성)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한 이번 컨퍼런스는 17일까지 계속된다.
◆강력한 리더십이 혁신 기반
프랜시스 허셀바인 미국 리더투리더협회장은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허셀바인 회장은 변화는 부분적인 것에 그쳐서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으며 전면적이고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때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전체가 변화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혁신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만 구성원들이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셀바인 회장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리더십을 권한이 집중된 리더십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권한을 분산시키고 각 부문에서 여러 사람이 리더의 역할을 할 때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하 관계에 기반한 리더십은 점점 한계를 맞고 있다"며 "분권화된 리더십이 미래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의 리더는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었지만 미래의 리더는 질문을 던지면서 혁신 마인드를 일깨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화를 앞서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채택하는 과정 못지않게 낡은 것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관습과 지침 중에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것이 있는 반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미래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추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의 의지가 성공의 첫째 조건
헤르만 지몬 SKP(Simon-Kucher & Partners) 대표 겸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규모는 작지만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즉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주요 성공 요소로 리더십을 꼽으면서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야심찬 목표를 가진 경영자다. 누군가가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기업 경영에 뛰어들지 않으면 아무리 큰 시장이 형성돼 있고 유능한 근로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기업은 탄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히든 챔피언을 이끌고 있는 CEO의 특징으로 원칙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지만 세부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유연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 이들 기업의 CEO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경영자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몬 교수는 "히든 챔피언 기업의 CEO 평균 임기는 무려 20년이나 됐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회사를 경영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히든 챔피언은 다른 기업에 비해 자기자본 비율이 높았다"며 "이는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리더는 지식 창출자"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원 명예교수는 "끊임없이 지식을 창출함으로써 조직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노나카 교수는 지식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경험을 통해 축적된 암묵지(暗默知)이고 다른 하나는 개념화된 이론적 지식인 형식지(形式知)이다. 그는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며 "리더는 특히 암묵지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나카 교수는 "경영자는 경영학이 인간에 관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인문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더가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현장 사원부터 고위 임원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전체와 상호 교감을 이뤄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모두가 지식 창조와 혁신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