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전기로 바꿔 재사용할 수 있는 화학 소재(열전 소재)를 삼성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지 본판과 온라인에 동시에 게재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삼성이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열을 전기로 변화시키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소재를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신소재 명칭은 '인듐셀레나이드'로 폐열의 전기 에너지 변환 비율을 기존 7%에서 12%로 높임으로써 열전 발전의 상용화 가능성을 앞당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소재는 금속전자의 움직임을 제한하면 금속이 반도체로 변하면서 금속 격자가 뒤틀리고 이로 인해 열전도도가 낮아져 열전 성능이 높아지는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상목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인듐셀레나이드는 열을 전기로 변화시키는 효율이 뛰어날 뿐 아니라 두 가지 금속 화합물로 쉽게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사업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상이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사업화 가능성 어느 정도?

현재 국책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발전 효율이 10% 이상이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열전 소재로 평가하고 있다. 12%의 효율을 갖고 있는 인듐셀레나이드는 일단 이 기준을 충족한다. 현재 폐열을 활용한 발전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자동차는 60% 이상의 에너지가 열로 방출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이미 GM과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머플러에 열전 재료를 입혀 폐열을 전기로 바꿔 다시 엔진의 보조 전력으로 사용하거나 차량 시트 냉난방 등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관련 기술이 더 발전되면 소각로 · 전기로 발전,항공우주용 핵발전,체내의료용 전원,군사용 독립 전원기기 등 열이 발생하는 모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에 다양한 사업기회 제공할 듯

"삼성은 LCD 판매 세계 1위다. 하지만 정작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LCD 소재를 납품하는 일본 회사들이다. "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LCD사업을 총괄했던 이상완 종합기술원장의 푸념이다. 반도체 LCD 등에 소요되는 소재의 8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요즘 한국 전자기업들의 글로벌 약진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소재 분야를 중점 육성하지 않는다면 현 주력사업이 저부가가치 조립사업으로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인듐셀레나이드 실용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도 본격 착수했다. 프린터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변화시켜 저장한 뒤 대기 모드에서 전원으로 활용하거나 컴퓨터에 발생하는 열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구체적인 실험 단계에 들어갔다. 차세대 사업인 태양전지와 무선 모바일기기 사업과의 접목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내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너지업체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삼성SDI와의 협력을 통해 관련 신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업에 활용도가 높지만 현재 삼성그룹 내에 발전업을 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에서 60% 이상의 에너지가 그대로 열로 방출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용 열전환 모듈을 생산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자동차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산업재료 사업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전기가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