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품."

삼성전자 내에서 LED TV를 놓고 조심스럽게 나오는 얘기다. 수십년간 삼성전자의 전략은 추격자의 그것이었다. 리더가 만들어 놓은 시장에 뛰어들어 신속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1등을 따라잡는 것.반도체,LCD,TV,휴대폰 등이 그런 전략의 소산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윈도),인텔(마이크로 프로세서),소니(워크맨) 등이 갖고 있는 세계 최초의 상품은 하나도 없다. 물론 LED TV도 삼성이 최초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전자업체 중 화질,두께면에서 완벽한 LED TV를 만들어 대량 판매하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

사실 삼성 LED TV는 출시부터 리더의 전략이 반영된 상품이었다. 경기침체로 전 세계 전자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지난 3월,LCD TV보다 100만원이나 비싼 제품을 내놓았던 것.삼성 관계자는 "침체기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유통업체들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석 달이 채 안돼 40만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로 나타났다.

삼성이 보여준 또 하나의 가능성은 마케팅의 힘이다. LCD TV의 일종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탁월한 마케팅을 통해 LED 시장을 만들고 키웠다. 삼성 관계자는 "극심한 불황기였지만 LCD보다 700~800달러를 더 주고도 화질 높은 TV를 구매할 계층이 있음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른바 테크놀로지에 민감한 계층을 파고드는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LED TV는 또 부품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완제품(세트)을 만들어 파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부품사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박리다매'식이었다. 하지만 신설법인 삼성LED는 대부분의 물량을 현재 삼성전자에만 공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부품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런 히트상품을 추가로 더 발굴할 경우 부품과 세트를 모두 갖고 있는 삼성의 경쟁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