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6월 중순이 지나도록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수익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아니면 다시 영업을 강화해 자산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인지 여부를 정해야 하는데 하반기 경제전망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단 자산을 늘리기보다는 수익성을 관리하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이행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연간 당기순이익 목표를 약 87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자산 2% 성장'이라는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조3500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 목표는 충당금 규모가 늘어나 다소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최대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하반기 중점추진 전략목표를 수익성,건전성 관리,비용 효율성,사회적 책임 등 네 가지로 잡았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책임 부분만 제외하면 모두 자산 확대보다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하나은행도 순이자마진(NIM)과 연체율 관리를 최대 화두로 삼았다.

문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출금리와 조달금리 간 왜곡현상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NIM이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부문의 경우도 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수익성을 높이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점도 은행들로서는 고민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자칫 자산확대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회복 속도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서서히 영업활동을 재개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