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남짓된 중국 자동차가 82년 역사의 유럽 자동차회사를 인수했다. '

중국 최초이자 최대 민영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에 대한 중국 업계의 평가다. 창업자 리수푸 회장(46 · 사진)의 꿈이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사로 출발,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을 꿈꾸는 기업인으로 변신한 그는 중국에서 '자동차의 미치광이(汽車 狂人)'로 불린다.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판 롤스로이스를 선보였을 때 서방 언론은 '짝퉁'이라고 폄하했지만 중국 언론은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과 이를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중국판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창업이 직업

리 회장은 중국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이라는 저장성에서 출생했다. 하얼빈공대 출신인 그는 부친이 준 120위안(2만1600원)으로 사진가게를 열어 반 년 만에 1000위안(18만원)을 버는 수완을 발휘한다. 19세 때 시작한 첫 번째 창업에 맛을 느낀 그는 이후 폐기물에서 금을 분리하는 사업에 손을 댄 데 이어 냉장고에서 오토바이,1998년 자동차 생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창업 행보를 계속했다. "4개의 바퀴 위에 소파를 얹는다고 자동차가 아니다"는 주위의 만류도 그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그의 피에는 저장 상인의 기업가 정신이 배어 있다.

중국에서 10대 민영 기업인,자동차 50년 역사의 풍운아로 불리는 그는 자동차 창업 5년여 만에 첫 수출을 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최근 브라질에 5억달러를 투자,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호주 변속기업체 DSI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올해 중국에 런던의 명물 택시 블랙캡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3년 전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가니즈 브론즈를 사들였다. 올해 1000대,2~3년 뒤에는 연간 3000~5000대의 지리산(産) 블랙캡이 대륙을 달리게 하겠다는 게 리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자동차도 중국만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5년까지 연간 200만대 생산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숨기지 않는다.

◆영웅을 만드는 사회

"그는 하는 일마다 미치광이처럼 한다. " 중국의 베스트셀러 '자동차 미치광이 리수푸'의 한 구절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를 인수하기로 한 쓰촨 텅중에 비판을 가하면서 지리를 한껏 치켜세웠다. GM이 수차례 리 회장을 찾아갔지만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간파한 리 회장에게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닮은 '지리-GE'를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짝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저가 차에 머물던 토종업체가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고 그것도 독자브랜드로 승부를 건다며 리 회장을 한껏 띄웠다.

중국 언론은 그를 민족공업 발전에 지극 정성을 다하는 기업인으로 묘사한다. 인재 양성에 대한 열의도 큰 평가를 받는다. 그가 세운 베이징지리대학은 민간이 세운 최초의 대학이다. 리 회장은 2005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수준은 한국에 10년 뒤져 있지만 5~8년이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얘기한다. 그 뒤에는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정부와 사회가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