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개정을 서둘러 달라."(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야당이 국회에 들어와서 논의토록 설득해 달라."(안상수 한나라당 원대대표)

18일 오전 10시 반.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찾아왔다. 다음 달 1일이면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해야 하는데도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가 도통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아예 "임시국회를 열어 해결해달라"고 읍소하러 온 길이다.

김 부회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2년 이상 된 비정규직 근로자만 해도 70만명에 달한다"며 "사용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량 실직사태가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고되는 근로자의 경우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 기업들도 미숙한 직원들을 새로 채용해야 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렇지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법시행 시기를 '유예한다'는 당론을 굽힐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위기 상태로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선 법 시행기간을 유예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마저도 야당이 반대하며 국회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말을 돌렸다.

그러자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이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선 수출이 중요한데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먼저 생각해 달라"고 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현장에 나가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법 개정문제를 다뤘으면 달랐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법개정은 기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경제위기로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근로자들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회장단의 발언이 끝나자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법개정 문제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에 부탁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량해고 사태가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을 설득해 달라"고 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