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열쇠를 꽂아두고 왔다. 비행기에서 내려달라"
비행기가 이륙하려는 순간 항공기에서 내려달라는 승객들이 급증하면서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않고 있다.
이럴 경우 탑승구로 돌아와 보안검색을 다시 실시해야 하는 불편과 함께 재급유를 받아야 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항공기 탑승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륙 직전 내려줄 것을 요구한 승객이 3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8명꼴이다.
이 항공사에서 지난해 한해 동안 이륙 직전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도 113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응급환자 발생이나 비행공포증 등 급박한 상황 때문이 아닌 '여정이 취소됐다’거나 '자동차 열쇠를 꽂아놓고 왔다’, ‘서류를 놓고 탑승했다’, ‘집 열쇠를 잊었다’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경우가 113건 중 47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륙 도중 내려줄 것을 요구한 승객은 모두 47명, 올들어 현재까지는 19명으로 나타났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중 비행기에서 내려달라는 승객이 발생할 경우 항공기는 탑승구로 다시 돌아가게 되며, 탑승한 모든 승객은 자신의 짐을 들고 내려야 한다.
테러를 목적으로 폭발물 등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어 공항 보안관계기관 직원과 승무원이 하기(타고 있던 비행기에서 내림)를 요청한 승객 좌석 주변을 중심으로 객실 전체를 검색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승객들의 재탑승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선의 경우 최대 2시간까지 출발이 지연되면서 다른 승객들이 목적지에서 연결 편을 놓치는 등 여행 일정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항공사도 운항 시간 지연으로 재급유와 추가 지상조업 등이 필요하게 되면서 손실을 입게 된다. 항공기가 출발 후 탑승구로 되돌아오는 경우 인천~LA를 운항하는 B747-400항공기의 경우 손실액이 325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려달라고 강력히 요구할 경우 현재 마땅한 규정이 없어 거부할 수도 없고 이 과정에서 다른 승객의 소중한 시간과 함께 항공사에게 막대한 물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며 "무분별한 하기 요구를 막기 위해 사회 통념상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손해배상 청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