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한 명이 소 40마리를 가지고 있고 아홉 명은 한 마리도 없을 때 열 명이 소유한 소의 평균은 네 마리다. 그 때 4라는 수치를 올바른 대푯값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계산법은 흔히 노조와 사측의 임금 협상 때 논란의 대상이 된다. 회사는 임원의 연봉까지 포함된 평균값을 임금 평균으로 주장하고(산술평균),노조는 가장 많은 수의 직원들이 받는 연봉을 평균 임금이라고 주장한다(중앙값).

많은 사람들이 '평균'이라면 산술평균을 떠올리지만 통계학에서 대푯값을 정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산술평균,기하평균,중앙값,최빈값 등등.따라서 평균은 주장하는 측의 의도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벌거벗은 통계》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통계의 함정을 해부하면서 현란한 숫자 놀음에 속지 말라고 주문한다.

뉴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실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각 매체가 추린 일부의 사실에 그치고,통계는 숫자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넣은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승객이 이동한 100억㎞당 사망자는 철도의 경우 9명이고 비행기는 3명이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더 안전할까. 기준을 거리가 아닌 시간으로 바꿔놓고 보자.승객이 탑승한 1억시간당 사망자는 철도 7명,비행기 24명이다. '

'정교한 수치'라는 것도 환상이라는 지적이다.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는 표현은 '므두셀라는 900세까지 살았다'보다 권위가 있어 보이지만 '부당한 신뢰'라는 말이다.

'오늘이 천지창조 후 146만7일째'라든지 2차대전에서 희생당한 연합국의 민간인이 634만8233명이라는 조사도 '합산에 의해 태어난 구체성'에 해당한다. 해마다 발표되는 국민총생산도 이상한 숫자이기는 마찬가지.정비소에 가지 않고 직접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옆집 아이에게 1000원을 주고 심부름을 시키는 수많은 경제 행위는 제외된 수치라는 얘기다.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려운 전문 용어나 수식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통계 실무 현장에서 수집한 사례와 쉽고 적절한 비유,명쾌한 분석을 통해 '가공'을 거친 숫자가 '정보'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뉴욕에서는 센트럴 파크에서 살해당한 사람보다 침실과 부엌에서 희생된 피해자가 더 많다. 그렇다고 해서 집보다 센트럴 파크에서 자는 게 안전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이는 집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센트럴 파크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서 나온 통계다. '

주식시장을 '미친 소'로 보이게 만드는 다우존스 지수 그래프,2차원의 비교 대상을 3차원 그림으로 나타낸 시각적 과장,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최고,최대,최다'의 오류,실업률의 진실도 밝힌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