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서울광장.서정적이며 청아한 음색의 아리아가 초여름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과격한 외침과 구호,깃발이 난무했던 그곳에서.목소리의 주인공은 폴 포츠.영국의 TV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휴대폰 외판원에서 일약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변신한 그가 내한공연을 가졌다. 서울시가 주관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못들고'를 마지막 곡으로 불렀을 땐 서울광장에 모인 1만여명의 관객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시민들이 이처럼 폴 포츠에 열광한 것은 무엇보다 외모 콤플렉스 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 때문일 게다. 또 새로운 광장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도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폴 포츠의 25분짜리 공연은 그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서울광장을 주인인 시민들의 품에 돌려주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

폴 포츠도 공연 중간 "이렇게 멋진 장소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매일 '멋진 장소'에서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