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일본 정부가 ‘국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본의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은 지난 17일 밤 각료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는 분명히 지난 1~3월중에 저점이었다”며 “수출과 생산 등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사실상 ‘경기 바닥’을 선언한 것으로 선진국중에서는 일본이 가장 빠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발표한 6월 월례경제보고서에서 경기기조 판단을 “심각한 상황에 있지만 일부에서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작년 12월 이후 사용해온 ‘경기 악화’라는 표현을 7개월만에 삭제했다.일본은행도 앞서 지난 16일 경기현황과 관련, “경기가 대폭 악화된 이후 하강이 멈추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일본 정부가 경기 바닥을 선언한 것은 지난 4월중 산업생산지수가 전달에 비해 5.9% 상승해 56년만에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이는 등 생산과 수출 지표가 회복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일본 제조업의 4월중 잔업시간지수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이는 총 4조위안(약 800조원) 규모의 재정자금을 쏟아부은 중국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대중국 수출이 증가한 데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정부가 향후 총선거를 의식해 경기부양 효과를 부각시키려고 ‘경기 바닥’을 너무 서둘러 선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현재 일본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아직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들어섰는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현재 생산과 수출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절대 수준은 작년 가을의 7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률이 5%에 달하는 등 고용사정이 나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되고 있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세계 경기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의 앞날에도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일본 정부도 “경기가 앞으로 다시 악화돼 두번째 바닥이 나타날 리스크도 아직 높다”며 “경기가 본격 회복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