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베스트셀러 《만들어진 신》에서 "신은 없다"고 단언했다.

여러 종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지전능한 신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으며 신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나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신이 없다면 이제 종교는 인류 역사에서 퇴출되는 것일까. 날로 발전을 거듭하는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이런 주제를 놓고 신학자(목사)와 과학자,종교학자가 난상토론을 벌였다. 토론 참가자는 신재식(조직신학 · 호남신학대),김윤성(종교학 · 한신대),장대익 교수(과학철학 · 동덕여대).

《종교전쟁》은 이들이 주고받은 13통의 이메일과 10시간의 좌담을 기록한 책이다. 논의는 먼저 종교에 대한 과학의 공세로 시작된다.

장 교수가 첫 편지에서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은 아닌가"라고 포문을 연 것.

창조론을 비롯한 온갖 기원 신화와 영혼,인간의 심리와 마음,인간관계의 역학,언어와 상징의 메커니즘,인간행동의 비밀 등을 과학이 해명하고 있으므로 종교가 독점해온 '의미와 가치'의 영역을 이제 과학에 양보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과학과 종교의 깊은 역사적 관계를 들며 함부로 종교에 사망선고를 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기독교는 지난 500년간 지동설,진화론,정신분석학,인지과학,뇌과학 등을 만나 흔들리고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 같은 과학의 도전에 대응해 신학과 신앙을 재정립하고 제도권 종교의 독선적 · 일방주의적 요소를 제거해 왔다는 것.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적 도그마를 버리고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을 품으며 개방적이고 복합적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현대신학의 사례도 소개한다.

그러면서 "반성 없는 과학은 중세의 기독교와 다름없다"고 역공을 편다. 과학 또는 진화생물학이 종교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단언은 이성을 신앙의 시녀로 두려 했던 중세 기독교와 같은 오만 내지 일방주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과 종교가 서로 만나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한편 서로의 관심사와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종교학자인 김 교수는 과학과 종교를 모두 비판한다. 종교도 과학도 자연의 신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며 실재의 깊이는 과학과 종교보다 깊다는 것.과학이든 종교든,예술가든 시인이든 자신의 언어만이 자연의 신비를,존재의 깊이를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오만이자 독선이라고 그는 경계했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기도의 효과없음이 입증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도나 기적은 효과가 아니라 의미의 문제"라며 "과학이 진보해도 신비는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학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건다. 또 도킨스 등 현대과학의 도전이 '무신론자의 몽상'으로 끝날 수도 있고,현대과학의 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교는 '신이라는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견해를 달리하는 세 사람이 한국 개신교가 열광하는 창조과학 내지 '지적 설계론'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쟁됐으면 살아남았을지 의문"(김 교수) "사이비 과학일 뿐"(장 교수) "신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기독교에 해악만을 가져다 주는 신앙운동"(신 교수)이라고 함께 비판의 날을 세웠다.

종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신학자와 종교학자는 각각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제도로서 종교는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종교적 성향 자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과학자는 "종교는 무신론 운동에 대항해 군비경쟁식의 진화 게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