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 중 민병대의 발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서 열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의 형제는 어디에', `당신은 왜 우리의 형제를 죽였습니까' 등 희생자를 추모하는 피켓을 들고 차분하게 집회를 진행했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희생자 추모를 위해 이날 시위를 강행할 것을 촉구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이날 오후 6시께 행사장에 도착해 지지자들로부터 열띤 환영을 받았다.

개혁파 지지자들은 무사비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게 참패한 것은 부정선거 때문이라며 선거결과 무효화와 재선거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개혁파 지지자들의 시위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 시작돼 15일에는 테헤란에만 수십만명, 전국적으로 200만명에 가까운 개혁파 지지자들이 참여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30년만에 최대 시위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대 인파가 몰렸던 지난 15일 아자디 광장 인근의 민병대 초소로 접근하던 시위대 일부가 총격을 받아 숨지는 등 현재까지 최소 7명의 시위대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현지에서는 실제 사망자 규모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소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이날 집회에 이어 19일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직접 금요예배를 주관하기로 예정돼 있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가 중대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가 제시할 국민 화합방안이 대선 이후 촉발된 이번 사태를 봉합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이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온 하메네이는 개표 당일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는 축제나 다름 없다"며 그의 당선을 축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 중인 헌법수호위원회는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를 제외한 3명의 다른 후보로부터 모두 646건의 불법선거 사례를 접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수호위원회는 후보들이 제기한 이번 대선의 문제점들을 경청하기 위해 20일 낙선 후보 3명을 초청해 대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이란 국영라디오가 전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