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은 '상고하저'가 아닐까. 하반기는 주가가 상반기의 급등에서 벗어나 정체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주식시장은 모멘텀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모멘텀의 대부분은 상반기에 표출됐다. 경제를 예로 보면 올 한 해 경제 수준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성장률이 2%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경제수준이 높아 주가가 올라가리란 가정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최대 재료는 수치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정도인데 이는 1분기에 이미 실현됐다.

외환위기를 포함해 위기 이후 경제지표를 보면 바닥이 만들어진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시 하락했던 경우가 없었는데 이를 감안할 경우 당분간 연초 바닥보다 경기가 더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장 내부적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후 6개월 내에 큰 폭의 반등이 있었던 경험도 상반기 시장호전에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초 주가가 60% 넘게 반등한 것이나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미국시장,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시장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0% 금리와 100% 본원통화 증가'가 워낙 강력해 빠른 시간에 돈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상반기는 돈의 규모나 공급 모두가 최대여서 자산가격이 오르는 데 역할을 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주가가 3월 초보다 40% 넘게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체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너무 좋았던 환경은 반대로 조금만 나빠져도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다음 달에 나올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대비 2% 가까이 상승하고 기업실적도 호전됐을 것으로 전망돼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판단이 이런 재료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쪽으로 모아질 경우 반대로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너무 좋아진 환경과 상승한 주가라는 부담을 어떻게 넘을지가 향후 장세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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