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개 공공기관장 평가] 노조가 팀장인사 좌지우지…인력조정·임금삭감에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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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건의·경고 받은 기관 살펴보니
'사용자는 노조 조합원이 외부 단체에서 활동할 경우 재임기간을 전임기간으로 간주해 유급(有給)으로 인정한다. '
이는 한 해 500억원의 사업비를 정부에서 받아 쓰는 준(準)정부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단체협약 내용이다. 영진위는 또 노조 전임자 수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턱없이 많고,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도 평균 이상의 대우를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정부의 공기업 기관장 평가 결과 모든 항목에서 최하등급인 C등급을 맞아 기관장이 해임될 운명에 처했다.
◆해임건의 대상 공기업 어땠기에
영진위는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단협을 체결해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대못' 기관으로 꼽혀왔다. 2005년 안정숙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팀장 내부공모제'가 대표적 사례다. 팀장 평가위원은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노조 간부들이며 회사 측 경영진은 2명에 불과하다. 노조가 마음만 먹으면 팀장급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 정부 들어 새로 취임한 강한섭 위원장은 뿌리 깊은 노조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단협 조항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경영계약을 정부와 맺었다. 하지만 노조의 저항이 워낙 거세 강 위원장은 뜻대로 관철시키지 못했고 결국 이게 빌미가 돼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맞게 됐다.
최하위 점수를 맞은 한국소비자원(원장 박명희)의 경우도 노조에 유리한 단협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예컨대 근무 시간 중 사적인 학습을 위해 주간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조합원에게 허용하고 있는 것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서 과도한 혜택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재의료원(이사장 정효성)은 노조 전임자의 전임기간 중 근무평점을 동일직종 · 동일직급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점수로 하도록 명문화하는 등 노조 간부에 특혜를 주는 조항들이 문제가 됐다. 산재의료원은 모든 평가항목에서 최하위 점수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는 경영자의 노사관계 개혁의지와 성과에 가장 많은 배점이 부여됐으며,인력조정과 보수삭감,청년인턴제 채용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여부도 중점적인 평가항목에 포함됐다.
◆토공 주공 등 대형 공기업도 예외 아니다
최하위 등급을 면해 해임건의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경고'를 받은 주택공사 토지공사 석탄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도 노조문제와 경영 효율화 등 여러 평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택공사는 기구 개편 등 업무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원을 정리할 때 노조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과도한 단협 조항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사는 경비절감 노력 같은 기본 평가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토지공사 역시 특정 직급 이상의 채용을 금지하고,채용 때에는 노조와 합의토록 하는 등 불리한 단협이 문제로 지적됐다. 석탄공사의 경우 인사나 감사 · 노무 담당 직원들까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만우 공기업 기관장 평가단 단장은 "기관별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 공기업들이 노사 간 단협에 불리한 조항들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했고 임금 삭감과 청년인턴 채용 등 기본 항목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유증 적지 않을 듯
기관장 해임 대상 공기업에 대형 기관들은 모두 제외됨에 따라 그동안 예상됐던 후폭풍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기관장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해임 또는 경고 조치를 받은 만큼 결과에 불만을 품은 몇몇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사장들이 평가 결과에 반발해 소송까지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규모가 큰 공기업의 장이 해임건의 대상에서 빠졌지만 평가 원칙이나 잣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기관장들이 로비를 벌이는 등 많은 문제점도 노출됐다.
평가단 관계자는 "평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해임을 건의할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관이 판단해 해임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고'를 받은 17곳 기관장에 대해선 내년 평가에서도 '경고'를 맞을 경우 해임조치토록 할 계획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이는 한 해 500억원의 사업비를 정부에서 받아 쓰는 준(準)정부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단체협약 내용이다. 영진위는 또 노조 전임자 수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턱없이 많고,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도 평균 이상의 대우를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정부의 공기업 기관장 평가 결과 모든 항목에서 최하등급인 C등급을 맞아 기관장이 해임될 운명에 처했다.
◆해임건의 대상 공기업 어땠기에
영진위는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단협을 체결해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대못' 기관으로 꼽혀왔다. 2005년 안정숙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팀장 내부공모제'가 대표적 사례다. 팀장 평가위원은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노조 간부들이며 회사 측 경영진은 2명에 불과하다. 노조가 마음만 먹으면 팀장급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 정부 들어 새로 취임한 강한섭 위원장은 뿌리 깊은 노조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단협 조항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경영계약을 정부와 맺었다. 하지만 노조의 저항이 워낙 거세 강 위원장은 뜻대로 관철시키지 못했고 결국 이게 빌미가 돼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맞게 됐다.
최하위 점수를 맞은 한국소비자원(원장 박명희)의 경우도 노조에 유리한 단협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예컨대 근무 시간 중 사적인 학습을 위해 주간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조합원에게 허용하고 있는 것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서 과도한 혜택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재의료원(이사장 정효성)은 노조 전임자의 전임기간 중 근무평점을 동일직종 · 동일직급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점수로 하도록 명문화하는 등 노조 간부에 특혜를 주는 조항들이 문제가 됐다. 산재의료원은 모든 평가항목에서 최하위 점수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는 경영자의 노사관계 개혁의지와 성과에 가장 많은 배점이 부여됐으며,인력조정과 보수삭감,청년인턴제 채용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여부도 중점적인 평가항목에 포함됐다.
◆토공 주공 등 대형 공기업도 예외 아니다
최하위 등급을 면해 해임건의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경고'를 받은 주택공사 토지공사 석탄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도 노조문제와 경영 효율화 등 여러 평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택공사는 기구 개편 등 업무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원을 정리할 때 노조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과도한 단협 조항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사는 경비절감 노력 같은 기본 평가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토지공사 역시 특정 직급 이상의 채용을 금지하고,채용 때에는 노조와 합의토록 하는 등 불리한 단협이 문제로 지적됐다. 석탄공사의 경우 인사나 감사 · 노무 담당 직원들까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만우 공기업 기관장 평가단 단장은 "기관별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 공기업들이 노사 간 단협에 불리한 조항들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했고 임금 삭감과 청년인턴 채용 등 기본 항목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유증 적지 않을 듯
기관장 해임 대상 공기업에 대형 기관들은 모두 제외됨에 따라 그동안 예상됐던 후폭풍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기관장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해임 또는 경고 조치를 받은 만큼 결과에 불만을 품은 몇몇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사장들이 평가 결과에 반발해 소송까지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규모가 큰 공기업의 장이 해임건의 대상에서 빠졌지만 평가 원칙이나 잣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기관장들이 로비를 벌이는 등 많은 문제점도 노출됐다.
평가단 관계자는 "평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해임을 건의할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관이 판단해 해임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고'를 받은 17곳 기관장에 대해선 내년 평가에서도 '경고'를 맞을 경우 해임조치토록 할 계획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