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2개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평가결과를 내놨다. '아주 우수'(90점 이상)는 한 명도 없고 '우수'(70~90점 미만)가 24명,'보통'(50~70점 미만)이 64명,'미흡'(50점 미만)이 4명으로 각각 평가됐다. 정부는 미흡 평가를 받은 한국소비자원장 등 4명에 대해선 청와대에 해임(解任)을 건의키로 했고 50~60점의 성과부진 기관장에 대해선 경고조치를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 대해선 소리만 요란하다가 용두사미 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해임건의 및 경고조치 대상자가 21명에 달해 기관장들이 경각심을 갖고 공기업 개혁에 매진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평가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두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학교수 등 45명의 민간전문가로만 구성된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를 맡겼다지만 기관마다 특성이 다르고 규모도 다른데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는지,정부 시책에 얼마나 순응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지는 않았는지,로비와 협박이 횡행한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는지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새로 시행되는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평가 기준과 절차 등을 철저히 보완해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萬全)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애초부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관련분야 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인선해야 보다 능률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