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거기 '사개의 통장'이라는 책 있지요?" "네? 혹시 《네개의 통장》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그런가? 그 통장 네 개 어쩌구 하는 책 사고 싶은데요. " "책 제목은 《4개의 통장》이고요,근처 서점으로 가시면 됩니다!"

읽는 법과 달리 개수를 강조하기 위해 제목에 '4'라는 숫자를 써놓았기에 이런 오해가 심심찮게 생긴다. 《4개의 통장》이 서점에서 처음으로 독자들과 만난 건 지난 1월 2일.불황 때문에 사람들이 재테크 책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6개월도 지나지 않아 벌써 19만 독자들의 돈 관리 습관을 바꾸어놓으며 재테크 도서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선전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다소 낯 뜨거우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제목 덕분도 크리라 생각한다.

외부에는 처음 밝히는 이야기인데,이 원고의 원래 제목은 '저축모드'였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까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식이나 펀드가 매일 저점을 경신하는 분위기에서 옛날로 돌아가 저축을 열심히 하자는 메시지를 부각시키면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그대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팀장이 책의 차별점을 최대한 부각시켜보자며 이 책만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조금 의아해하며 책의 첫인상을 기억해보았다. 처음에 원고를 받았을 때 내 가슴은 두근두근했다. 월급을 받아도 다음 월급 일주일 전이면 항상 잔액이 없어지는 통장을 보면서 왜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할까 고민만 하던 차에 이 책이 제시하는 '시스템'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네 개의 통장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돈이 굴러가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요. "

무심히 대답하는 내게 팀장은 그걸 제목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케팅전략회의에서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 마케터와 홍보,광고 담당자들은 박수까지 치며 느낌이 좋다고 했다. 책의 제목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번 돈만이라도 제대로 아껴 저축액을 늘리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재테크 책이지만 표지에 '재테크'라는 단어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적극적인 투자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관리 재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식시켰다. 저자 강연회에서 각각 이름을 붙인 통장 4개를 꺼내드는 주부들과 서점에서 이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연인들을 볼 때마다 내가 처음에 느꼈던 두근거림이 독자들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아 참으로 기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 관리를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4개의 통장》 시스템을 만나 부자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바란다.

/이혜원 다산북스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