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도서] 송곳과도 같은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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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책 한유즈 지음/ 문학과지성사/ 372쪽/ 1만원
소설가 한유주씨(27)의 작품은 전통적인 서사와 거리가 멀다. 짧은 문장들이 건조하게 이어져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 뚜렷한 기승전결도 찾아볼 수 없다.
한씨의 두 번째 소설집 《얼음의 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철학자에 가까워 보인다. <허구 0>에서 글을 쓰는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이야기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다가 "소설로는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또 '쓰는 것,쓰고 있는 것,그것만이 중요하죠'( 중)라며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 난해한 실험을 계속한다. 그럼에도 한씨의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하나의 송곳과 같은' 표현력 때문이다.
그는에서 텅 빈 200자 원고지를 '곧 거짓말이거나 적어도 정말은 아닌 말들로 채워지게 될,꼭 다물린 이빨들처럼 견고하고 단단한 네모 칸들'로 묘사하고,<육식 식물>에서는 늘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 했던 딸을 이야기하다가 '액자들의 식욕은 네모지고 완강하다'고 부연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한씨의 두 번째 소설집 《얼음의 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철학자에 가까워 보인다. <허구 0>에서 글을 쓰는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이야기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다가 "소설로는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또 '쓰는 것,쓰고 있는 것,그것만이 중요하죠'(
그는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