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해 파행된 제109회 US오픈골프대회는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은 월요일에 끝나게 됐다. 미국골프협회는 일요일에 3,4라운드를 몰아 경기를 치르려 했으나 아침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3라운드와 4라운드 몇 홀을 마치는 데 만족해야 했다. 4라운드 잔여홀 경기는 22일 밤 10시(한국시간)에 재개됐다.

선두는 '무명'인 리키 반스(28)와 루카스 글로버(30 · 이상 미국)다. 두 선수는 22일 오전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골프장 블랙코스(파70)에서 치러진 대회 4라운드 1번홀까지 7언더파를 기록 중이다. 3라운드까지는 반스가 8언더파 202타로 글로버에게 1타 앞선 단독 1위였으나 곧이어 열린 4라운드 1번홀(파4)에서 반스가 보기를 하는 바람에 공동 선두가 됐다.

2001년 프로가 된 글로버는 2005 후나이클래식에서 1승을 올렸고,2002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후 그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반스는 우승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세계랭킹은 글로버가 71위,반스가 519위다. 반스는 2번홀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져 글로버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두 선수는 2언더파를 기록 중인 필 미켈슨,데이비드 듀발,헌터 메이헌(이상 미국),로스 피셔(잉글랜드) 등 3위권 선수들보다 5타 앞서있다. 또 4라운드 7번홀까지 이븐파를 기록 중인 타이거 우즈(미국)와는 7타차다.

추격자들과 타수차가 크기 때문에 글로버나 반스 중 한 선수가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반스가 우승하면 세계랭킹이 도입된 1986년이래 가장 낮은 랭커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는 케이스가 된다.

그러나 3위권 선수들의 추격의지가 만만치 않다. 미켈슨은 "US오픈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꺾지 않았다. 미켈슨은 암투병 중인 아내에게 우승컵을 바친다는 각오가 대단한 데다 이 대회에서만 네 차례나 2위에 머문 아픈 기억이 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다가 지금은 882위로 처진 듀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후 8년째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한 듀발은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4라운드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해 2언더파가 됐지만,'톱10'에 들면 기나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관심은 우즈의 역전승 여부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선두권에 9타 뒤졌으나 4라운드 들어 1타를 줄이면서 격차가 7타로 좁혀졌다. 관건은 우즈에게 남은 홀이 11개홀뿐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퍼트감도 떨어져 있다.

프로데뷔 후 최종일 8타 이상 역전우승을 해본 적이 없고,나아가 메이저대회 통산 14승 가운데 단 한 차례도 최종일 역전승이 없는 우즈로서는 '11개홀에서 7타 뒤집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김(24)은 4라운드 9번홀까지 3오버파로 22위,최경주(39 · 이상 나이키골프)는 두 번째홀까지 9오버파로 48위에 올라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