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선전 시장에 오르기 위해 최소 2000만위안(약 36억원) 정도의 돈을 뿌렸다. 시장 자리에 그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가늠하기 어려운 금액을 뇌물로 챙겼을 게 분명하다. 그는 칭다오시 당서기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실익이 없다며 거절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쉬 시장이 구금된 뒤 홍콩의 여배우 몇 명이 개인 성명을 발표,그와 친분이 없음을 강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현재 중국의 고위관리 100명을 탈탈 턴다면 매관매직이나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두 명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운 진시황이 당시 중요한 식량인 기장을 헌납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하나씩 나눠줬던 것부터 따진다면 중국에서 매관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그만큼 부정부패의 뿌리가 깊다.
문제는 민심이반이다. 지난 21일만 해도 후베이성 시쇼시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현지 공직자들이 지분을 가진 호텔에서 주방장이 사망한 게 시위의 발단이었다. 이들은 사인을 밝히라며 호텔을 에워쌌다. 베이징에선 최근 상팡런(上訪人 · 지방에서 올라온 민원인) 1000여명이 탐관오리를 처벌하라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민초들의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고위 공직자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공안부 정샤오둥 부장조리(차관보),전국인민대표대회 주즈강 상무위원,톈진시 피첸셩 상무위원 등이 최근 한 달 새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정책을 만들면 밑에선 대책을 만든다는 중국의 속성은 부정부패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차명으로 된 회사 계좌로 송금을 하도록 하거나 아예 홍콩 등에서 만나 돈을 주고받는 등 '은밀한 거래'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빈부격차로 두통을 앓고 있는 중국 당국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질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