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개혁안인 '국세행정선진화 방안'은 '지방국세청 폐지'라는 한 가지 쟁점을 제외하고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국세청 개혁안이 거의 완성됐으나 마지막 한 가지가 확정되지 않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지방청 폐지는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세수 확보 등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세청 조직을 통째로 흔드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그러나 세정 경험이 전혀 없는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장으로 내정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기 청장 선임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국세청 개혁 의지가 개혁안에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지방청 폐지가 막판 쟁점

국세청 개혁안의 큰 골격은 미국 국세청(IRS)의 편제를 벤치마킹해 △직원 비리를 감시할 외부 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방청 폐지를 통해 조직 구조를 현행 '본청-지방청-세무서' 3단계에서 '본청-세무서' 2단계로 축소하는 것이다.

외부 감독위원회는 연간 세무조사 계획 등 주요 업무도 국세청장과 함께 결정하게 된다. 국세청장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해 비리 발생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다. 지방청 폐지 역시 국세청의 핵심 권한인 세무조사권을 축소해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 밖에 직원을 감축한 뒤 가급적 납세자와 직접 접촉을 줄이는 '비(非)대면 세무행정'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이 중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부분은 지방청 폐지다. 지방청을 없애면 세무조사권이 본청에 집중되고 간부직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 고위 간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목이 걸린 문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국세청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 출신이자 최측근인 백용호 내정자를 낙점한 것을 볼 때 지방청 폐지까지 포함되는 강도 높은 개혁안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국세청 조직진단위원회와 전문 컨설팅기관에 조직 진단 및 연구 용역을 실시했으며,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말 청와대에 국세행정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개혁안을 만들어왔다. 벌써 몇 개월째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개혁안이 곧 햇볕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개혁의 관건은 조직 장악

국세청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세청과 인연이 전혀 없는 백 내정자는 자신이 개혁을 해야 할 대상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또 국세청이 1966년 개청한 이후 1988년 3월 제7대 서영택 청장까지 모든 국세청장은 외부 인사의 차지였다. 그러나 서 청장 이후는 제14대 이용섭 청장(현 민주당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내부에서 청장 승진이 이뤄졌다.

당시 이용섭 전 청장이 재정부 세제실장을 거친 세제통이었지만 내부 '텃세' 때문에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백 내정자가 어떻게 폐쇄적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가진 국세청을 효과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백 내정자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국세청을 개혁하고,세수 확보 등의 안살림은 국세청 차장 등에게 맡기는 구도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부 변화 없는 개혁은 효과를 내기 힘든 만큼 시스템 개혁을 할 수 있는 청사진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세청의 경우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른바 국세행정 개편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욱진/홍영식 기자 venture@hankyung.com